두 세기에 걸친 인구 팽창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다. 한국이 맨 앞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여서 80년 뒤면 이런 추세의 예외인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 인구 최대국 자리를 내 줄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인구가 16억명에서 60억명으로 불어난 20세기의 폭증세가 21세기를 지나며 완만해지고, 22세기에는 기어코 감소세로 돌아설 거라고 내다봤다. 출산율 감소 현상이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NYT가 인용한 지난해 7월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00년 195개국 중 183개국의 출산율이 대체출산율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대체출산율은 한 국가가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로, 통상 2.1명이 기준이다. 세계 인구성장을 주도하던 인도(2.2명)와 멕시코(2.09명)마저 지난해 출산율이 이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인구 감소 위기국이 한국이다. 출산율(0.84명)이 세계에서 가장 낮고, 최근 59개월간 매달 월평균 출생아 수도 역대 최저치다. 1992년 90만명대였던 수험생 수가 지난해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는데, 서울 밖 대학들의 경우 학생을 모집하지 못해 사라질 위기라고 NYT는 소개했다. 사회기반시설과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은 계속 팽창하지만 발전에서 소외된 지방은 비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산율 저하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인구증가율(5.38%)이 2000년(11.66%)의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건 배경이다. 이런 추세면 약 14억1,000만명인 중국 인구가 2100년에는 7억3,000만명가량으로 감소하리라는 게 랜싯의 전망이다.
현재 20세기 수준 출산율을 유지하는 나라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뿐이다. NYT는 2100년이면 나이지리아가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 국가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출산율(5.2명)이 중국(1.3명)을 크게 앞섰고, 30세 미만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70%나 된다.
뾰족한 수가 없다. 보육비 부담을 덜어주거나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지만, 효과를 본 나라가 거의 없다. NYT는 한국 사례를 소개하며 “출산 선물과 아동수당을 늘리고 유치원도 더 지었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고 전했다. “15년간 저출산 해결을 위해 1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별 진전이 없었다”는 지난해 1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발언을 놓고 정책 실패를 시인했다고도 했다. 사실상 유일하게 정책이 먹힌 독일도 2006년 1.3명이던 출산율이 지난해 겨우 1.54명으로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가족과 국가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할지 모른다는 게 NYT 얘기다. 청년은 일하고 노인은 돌봄을 받는 전통적 사회 구조 자체가 인구 감소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크 스비아츠니 전 유엔 경제사회국(DESA) 부국장은 “각국은 인구 감소에 적응해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