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스와프' 대신 '백신 허브' 더 의미 있다

입력
2021.05.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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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를 위해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하고, 미군은 한국군 55만 명에게 백신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백신 물량 조기 확보를 통한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의 안정은 국민들의 큰 관심사라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을 즈음해 '백신 스와프'(미국의 백신 여유 물량을 먼저 들여오고 우리가 도입하기로 한 백신을 추후 돌려주는 것)를 추진했으나 미국 측이 “한국만 특별히 지원한다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고 양해를 구해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백신 도입 지체로 한동안 ‘백신 보릿고개’를 겪은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세계 각국의 백신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이나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미국 측이 미군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한국군에 대한 백신 제공으로 나름의 배려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양국이 미국의 기술과 한국의 바이오 생산 기술을 접목해 백신 생산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유의미한 성과다. 미국 모더나사는 최신 백신 제조방식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백신을 3분기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완제 충전방식으로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이 한국의 뛰어난 바이오 생산 기술을 인정, 우리나라가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할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모더나사가 국립보건연구원과 mRNA 방식의 백신 관련 연구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변이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인 노바백스사와 우리 정부와 백신 개발ㆍ생산 MOU를 맺은 점도 성과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감염병 발생 시 백신 자급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났다. 선진 기술을 이양받을 수 있는 한미 간 백신 파트너십 구축이 ‘백신 자립’을 앞당길 수 있는 전기가 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