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마침내 ‘장기독재’를 위한 검은 발톱의 실체를 드러냈다. 쿠데타 직후 일찌감치 최고수뇌부의 정년을 폐지한 데 이어, 민주진영의 구심점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해산도 예고했다. 친(親)군부 정치세력만 남겨 합법 선거로 위장한 다음, 영구집권을 꾀하겠다는 야욕에 다름아니다.
23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군부는 쿠데타 발발 사흘째였던 올해 2월 4일 군 최고사령관과 부사령관의 ‘65세 정년 제한’ 규정을 없애버렸다. 미얀마 전역을 장악하기도 전에 쿠데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종신집권 플랜을 짜 둔 것이다. 지금껏 줄기차게 주장했던 “2020년 총선 부정을 바로잡고 국민들에게 최대한 빨리 민주정권을 돌려주기 위한 조치”라는 쿠데타 명분이 새빨간 거짓말임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꼼수를 들킨 군부는 이제 대놓고 민주주의 파괴 작업에 돌입했다. 군부가 장악한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가 악역을 맡았다. 떼인 소 선관위원장은 21일 59개 군소정당 대표들을 불러 놓고 “NLD가 주도한 총선이 부정으로 드러난 만큼 정당 등록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군부의 서슬에 꼬리 내린 군소정당들은 즉시 동의했다.
다른 정당들을 들러리 세웠지만 타깃은 딱 하나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만든 NLD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이미 정당해산 여부를 심판하는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는 군부 손아귀에 넘어간 상태다. 앞서 인접국 태국과 캄보디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헌재에서 군부독재의 서막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미얀마 민주진영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이들은 일단 24일 쿠데타 발발 후 첫 모습을 드러내는 수치 고문의 재판을 지켜본 뒤 구체적인 저항 방식을 발표할 예정이다. NLD 측은 “경계가 삼엄해 수치 고문의 얼굴이 대중에 공개될 확률은 낮지만 재판에서 그의 대국민 메시지가 나올 경우 투쟁의 새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치 영역과 별개로 국경지대 시민방위군은 무장 공세 수위를 계속 높이며 군부를 압박하고 있다. 계엄령이 선포된 친주(州) 민닷 지역 인근에선 전날 진압군 지원 병력을 수송하던 차량 두 대가 방위군 공격으로 전복됐다. 민닷 주민들의 식량 보급을 막고 있는 진압군에 대한 응징으로, 최소 6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카야주 방위군 역시 데모소 지역 군경 초소 3곳을 공격해 경찰 3명을 사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