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연발에 대한 미국의 투자 인센티브는… 그러면 중국 협력은?

입력
2021.05.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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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 투자 협력]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을 포함해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포괄적 협력이 체결되면서 해당 업계의 수혜가 기대된다. 다만, 이번 협력에서 중국을 배제시키기 위한 미국 측의 의도는 국내 기업들에 숙제로 주어졌다. 미·중 사이에서 국내 기업들이 취해야 할 관계 설정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내 기업들의 394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와 관련해 “미국 내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이 강화될 것”이라며 “생큐, 생큐”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구축에 총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한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과 낸드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 이번 투자를 통해 양사는 현지 고객사와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미국 정부의 투자 인센티브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세제 등에서 혜택을 주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자칫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둘러싼 미·중 분쟁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양사는 중국 현지에서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들의 핵심 고객사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번 미국 투자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우리 기업에 현지 투자를 요구할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정치 쟁점이 될 때마다 기업에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중 분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우선 대규모 미국 투자로 현지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일본 ‘파나소닉’이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IBIS 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45.8%에 달했다. 2위인 LG에너지솔루션(11.1%)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완료되는 2025년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약 140억 달러(약 15조8,000억 원)를 신규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145GWh 규모(전기차 약 217만5,000대), SK이노베이션도 81.5GWh(약 122만2,500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양사의 총 생산능력만 226.5GWh(약 340만 대)로, 2025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전망치인 312GWh(약 468만 대)의 72.6%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부담스러운 건 중국이다.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1,000만 대 중 450만 대가 판매된 세계 최대 시장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 입장에선 필수적으로 공략해야 할 국가이지만,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사실상 중국 진출을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업계 내부에선 이번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향후 중국 재진출 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류종은 기자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