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하루빨리 그런 날 오길"

입력
2021.05.22 23:06
美 최초 흑인 추기경 그레고리 추기경 면담
'인종 혐오 범죄' 우려 표명... "꿈만 같다"고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대주교인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과 만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를 고대했음을 회상하는 것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염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22일(현지시간)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났다. 통상 정상급 행사에서는 준비해 온 발언을 한 뒤 환담이 이어진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그레고리 추기경과 3초 간 긴 악수를 나눈 뒤 자연스럽게 환담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주교님을 뵈니까 아주 꿈만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로,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사용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종 혐오 범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최초로 추기경으로 임명됐는데, 인종 차별에 지속적으로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문 대통령은 "잇따르는 증오범죄와 인종 갈등 범죄에 한국민도 함께 슬퍼했다"며 "(미국) 증오방지법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했으니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끔찍한 폭력이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저해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고 1주기가 화합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레고리 추기경의 인종 간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고 청와대는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이 끝나고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손수레 십자가'를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수십 년 전 동대문시장에서 노동자들이 끌고 다니며 일하던 나무 손수레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십자가로 만들었다"며 "노동자의 땀이 밴 신성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성스러운 상징"이라며 십자가에 입을 맞췄다고 한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