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는 마스크 벗고… 스가 때와 달라진 바이든 점심 접대

입력
2021.05.22 12:59
트위터에 사진 올려… 37분간 원탁서 가까이
美日회담 땐 마스크 쓰고 '20분 햄버거 오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국 정상 점심 접대 풍경이 약 한 달 만에 표나게 달라졌다. 지난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는 마스크를 쓰고 멀찍이 떨어져 앉아 서둘러 끝낸 반면,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서는 마스크 없이 가까이 앉아 여유 있게 환담했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이 빚은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뒤 공식 트위터에 “문 대통령을 초청해 영광이었다.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고 동북아시아와 인도ㆍ태평양, 전 세계를 위한 평화, 안보, 번영의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이 되고 있다”는 글과 더불어 문 대통령과의 오찬 장면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두 대통령은 마스크를 벗고 작은 원탁에 마주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테이블에는 식사가 차려져 있는데, 청와대에 따르면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 식성을 고려해 미국 측이 준비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다. 오찬은 오후 2시 5분부터 42분까지 37분 동안 단독 회담을 겸해 진행됐다.

여러 모로 지난달 16일 미일 정상회담 때와는 대조적이다. 당시 단독 회담 겸 오찬 메뉴는 햄버거였고, 회동에는 20분이 걸렸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길다란 사각 테이블 양끝에 마스크를 착용한 두 정상이 뚝 떨어져 앉아 있다. 스가 총리는 동행한 일본 기자들에게 점심으로 햄버거가 준비됐지만 전혀 손대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18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이에 대해 “가련했다”고 조롱했다.

변화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때문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는 빠른 편이다. 이에 13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외는 물론 상당수 실내에서도 더이상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지침을 내렸다. 미일 정상회담 당시는 양 정상이 주먹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내보이는 식으로만 인사했을 정도로 마스크 착용뿐 아니라 거리 두기까지 엄격하게 유지됐을 때다.

외국 정상의 백악관 방문 때면 으레 일정이 잡히던 만찬 등 환영 행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도 열리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전 백악관의 정상 외교 수준이 거의 회복된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백악관에서 외국 정상을 맞이한 것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이후 첫 외국 방문으로 미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갖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담을 갖게 된 건 정말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개인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