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재확인했다."
2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재확인한 의미는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김정은에게 러브레터를 보내지 않겠다"며 트럼프식 대북접근에 비판적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회담 직전 "판문점 선언에 대한 존중이 공동성명에 들어간다"고 확인했으나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포함 여부에 대해선 확언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정책 검토를 시작하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연한 접근법을 취하도록 각 급에서 설득하고 조율해왔다. 그 결과물이 이번 공동성명인 셈이다.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이번 공동성명에 담은 것을 청와대는 북핵 문제에 있어 최대 성과로 꼽고 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새로운 북미 관계 추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4ㆍ27 판문점선언 확인 및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공동성명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안보를 향상시키는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한다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된 것을 환영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서 한국 측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한 미국에 대한 사의였다.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판문점 선언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과거 대북정책과 완전히 단절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북 협상 재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 경험이 풍부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이날 깜짝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문제 있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한미 양국의 공동목표로 밝힌 것도 한국의 설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북한의 비핵화' 또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등의 표현을 혼용해 왔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양국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명분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동성명에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는 문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국이 보다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공식화한 것으로, 한국의 대북 협상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공동성명에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에 대한 약속을 담았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진을 지원한다는 양측의 의지를 공유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북한에 대한 유연하고 실용적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북미대화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서두를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 것과 맞닿은 지점이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도 거론됐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한편,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는 내용도 있다. 북한이 인권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격앙된 반응을 보인 전례를 감안하면 북한의 호응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공동성명에는 또 "우리는 북한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 우리의 공동 안보와 번영을 수호하며, 공동의 가치를 지지하고,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강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는 내용도 담겼다.
워싱턴=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