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이준석 서울대 토크콘서트... 무슨 얘기 오갔나

입력
2021.05.22 16:33
21일 오후 서울대에서 4시간 동안 진행
일부 학생 반대 연서명에도 정상 진행
"페미니즘·안티페미니즘 모두 미성숙"
"미러링이 소수자 운동의 대세로…"

페미니즘 논쟁으로 논란이 됐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서울대 강연이 철통 보안 속에 열렸다. 강연 전 일부 학생들이 이 전 최고위원의 성차별적 발언을 문제 삼아 초청을 반대하는 등 진통이 예상됐지만 현장에서 충돌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21일 오후 7시 서울대 사회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연사로 초청돼 학생들과 한국 정치 지형과 젠더 갈등, 여성 징병제, 공정과 다양성 등의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장에는 20여 명의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 질문과 이 전 최고위원의 답변이 오가는 양방향 토론 형태로 진행됐다.

지난 12일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가 주최하는 여름 토크콘서트 연사 중 한 명으로 이 전 최고위원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에선 일부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초청 철회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은 반대 연서명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오세훈 서울시장 선거 캠프에 참여했을 당시 청년단체의 성평등 공약 질의서에 대해 '시대착오적 페미니즘을 강요하지 말라'며 응답을 거절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이 전 최고위원이 혐오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인사를 초청한 것은 동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학생회 측은 예정대로 행사를 개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페미니즘 논란을 이념·지역 갈등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한국 사회 발전을 30년간 저해하고 좀먹은 것이 이념과 지역 갈등"이라며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해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이를 조장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미니즘 또한 국내에서 화두가 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정도로 여전히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며 "페미니즘을 거부하는 안티페미니즘도 자연히 미성숙할 수밖에 없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방법론에 대한 의견이 불일치하니, '사적 복수'를 금지하는 문명사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미러링'(문제 행동을 따라함으로써 당사자가 잘못을 자각하도록 하는 일)이 소수자 운동의 대세적 방법론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을 표방해온 여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참패 원인으로 "20·30대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의 페미니즘은 여성주의 운동의 대모라 불리는 남인순, 한명숙 전 총리처럼 상징적 인물을 우대하는 인물과 사건 중심이었다"라며 "페미니즘을 주장하면서 정작 페미니즘이 뭔지, 어떤 입장인지 정리조차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페미니즘을 잘했으면 표를 얻었겠지만,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처럼 스스로 무너지고 얻어 맞았다"며 "페미니즘에 대한 당의 기본적 입장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이대남(20대 남성)'의 야당 몰표 현상과 관련해선 청년 보수화 현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30대 남성의 보수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청년은 언제나 기득권 세력에 불만을 느끼고 반발하는 야성의 세대"라고 분석했다.

이날 행사는 철저한 보안 속에 제한된 인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회대 학생회가 사전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은 결과 현장 20명, 온라인 50명이 행사에 참석했다. 강연에선 여성 징병제나 저출산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꺼내든 '여성 징병제'에 대해 "군 복무 남성이 받는 손해에 대한 보상과 공정 차원에서 보면 합리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라며 "논리적 한계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군 가산점 문제를 풀기 위해선 여성희망복무제 도입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오후 9시까지 예정됐던 강연은 2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11시쯤 끝났다. 이 전 최고위원은 강연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애초에 토크콘서트 초청 논란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만들어진 논란, 정치적인 것 아니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여한 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수준 높은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승엽 기자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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