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에 쿼드(Quad)에 대한 한미동맹 역할 외에 대만해협 문제가 포함됐다. 중국이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쿼드와 대만해협에 대한 언급이 한미 정상 간 공식 문서에 담긴 것은 처음이다. 동맹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 호응한 것이지만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이후 회담의 주요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미는 태평양도서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쿼드 등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지역 다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도 "남중국해 및 여태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두 정상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동성명 발표에 앞서 이뤄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압박은 없었냐"는 취지의 미국 기자의 질문에 "다행히도 없었다"면서도 "다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양안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양국이 그 부분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 간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한 바 있다. 1969년 이후 처음으로 미일 정상 간 공동성명에서 대만을 거론하자, 중국은 "중국의 내정을 도 넘게 간섭하고 국제관계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쿼드와 남중국해는 물론 대만해협 이슈는 미중 간 안보전략상 이해가 정면충돌하는 지점이다. 정부는 그간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와 관련해 "미국의 요청이 없었다"면서도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어떤 다자협의체에도 참여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둬 왔다. 문 대통령이 이번 공동성명에서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협의체"라며 사실상 사안별 워킹그룹 참여를 통해 쿼드와의 협력을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 협력에서도 반영됐다. 두 정상은 별도로 도출한 공동설명서(joint fact sheet·팩트 시트)를 통해 "첨단·자동차용을 포함한 반도체와 중대형 배터리에 대한 상호 보완적 투자를 촉진하고 모든 공급망에 걸친 상호보완적 투자를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또 5G 및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포함한 첨단 정보통신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미가 각각 25억달러와 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합의했다. 한미동맹의 범위를 전통적인 안보 분야에 머물지 않고 경제·첨단 기술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