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 94세 미군 노병 훈장 수여식 함께 한 한미 정상

입력
2021.05.22 03:51
문 대통령, 美 훈장 수여식 참석 첫 외국 정상 
바이든 대통령 “‘희생ㆍ용기’로 만든 한미동맹” 
“전쟁으로 시작된 동맹, 평화 기간 더 단단해져”

“한국 대통령께서 명예훈장 수여식에 함께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미동맹은 전쟁을 통해 시작됐지만 평화 기간에 이 동맹은 더욱 단단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 노병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군 최고 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하는 행사에 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명예훈장 수여식이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동맹 중시와 문 대통령 예우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미 주요 인사 대거 참석한 훈장 수여식

이날 오후 1시부터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40여분간 열린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 명예훈장 수여식에는 한미 정상과 함께 양국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물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자리를 함께 했고, 한국 측에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했다. 대학 교수 일을 함께 하는 바이든 여사가 백악관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美 전쟁영웅 공적 칭송한 바이든 대통령

행사가 시작되자 올해 94세인 퍼켓 예비역 대령과 함께 입장한 바이든 대통령은 퍼켓 예비역 대령의 전쟁 당시 공적을 자세히 설명했다. 중위로 1950년 6ㆍ25전쟁에 참전했던 퍼켓 예비역 대령은 그 해 11월 25~26일 평안북도 청천강 북쪽 205고지 전투에서 미 육군 특수부대인 제8레인저중대를 이끌고 중공군에 맞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퍼켓 에비역 대령이 51명의 레인저 대원을 이끌고 고지를 점령하고 방어하는 과정에서 그가 오른쪽 허벅지와 왼쪽 어깨에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안전한 일본 근무 대신 한국전에 자원하고, 중공군 병력이 현지 한국군과 미군 병력보다 3배나 많은 2만5,000명에 이르는데도 전투에 나섰고, 부상에도 대피를 거부하고 작전을 지휘했고 나중에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었다는 내용도 바이든 대통령이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한국의 강력한 동맹은 미군과 한국군의 희생과 용기를 통해 만들어졌다”며 “문 대통령을 (명예훈장 수여식) 이 자리에 모신 것은 우리 (한미) 양국이 함께 이룩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참전용사 통해 위대한 미국 용기 확인"

인사말을 한 문 대통령은 “명예훈장 서훈식에 외국 정상 참석은 처음이라고 하니 더 의미가 깊다”며 “영웅들의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됐지만 전쟁 폐허에서 다시 일어섰다”며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함께 지켜준 참전용사들의 힘으로 한국은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감사도 표시했다. 그는 특히 "참전용사를 통해 위대한 미국의 용기를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훈장 수여 후 한미 정상은 퍼켓 예비역 대령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같이 찍었고,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휠체어에 앉은 퍼켓 예비역 대령 옆에서 무릎을 꿇고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번 수여식에 한미 정상이 함께 참석한 것은 한미동맹의 의미와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19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1일 오후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23일 귀국한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정상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