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바이든, 백신은 힘든 나라 먼저…한국은 선진국"

입력
2021.05.21 20:44
손병환 조지메이슨대 교수 "백신 분야 성과, 회의적"
"브라질, 인도 등 먼저 도와주자" 현지 여론 높아
"선진국인 한국, 팬데믹 대처 잘해" 보도 잦아
대북 정책에 유연한 바이든, "한국 정부에 기회"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국내 백신 수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는 가운데 한 현지 전문가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손병환 미국 조지메이슨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21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현지 관심은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원래 미국에서 외국 정상이 오는 건 중요한 이슈가 아닌데 몇 주 전부터 한미 정상회담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미국 국내 정치 문제도 많고 중동 문제도 시끄러워서 여지가 별로 없었는데 뉴욕 타임즈 인터뷰나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도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여러번의 질문이 있었다"며 "싱크탱크 같은 경우는 말할 나위 없이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그러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백신 스와프, 기술이전 가능성에 대해 "아무래도 생각보다 큰 결과가 나오기 힘든 분야"라고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기본 외교 정책은 가치의 동맹이고, 그 다음 민주당 정부가 전통적으로 해왔던 것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상황이 심각한 나라부터 도와준다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브라질이나 인도처럼 문제가 아주 심각한 나라부터 도와줘야한다는 여론이 미국이 아주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같은 경우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너무 선진국이고 팬데믹에 대한 대처가 너무 잘돼 왔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며 "그런 상황에서 브라질이나 인도, 아프리카 국가들을 도와주지 않고 한국만 딱 떼서 큰 도움을 준다라고 한다면 여론이 별로 좋지 않게 돌아갈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백악관에서 뭔가 아주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 주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서도 "백신 스와프라든지 아니면 기술 이전이라든지 이러한 성과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긴다면 그건 한국 외교의 아주 큰 성과가 아니겠느냐 이렇게 거꾸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이스라엘이나 캐나다는 우리에 비해 백신 수급이 잘 됐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이스라엘이나 캐나다가 받았을 당시, 인도나 브라질, 특히 인도 같은 경우에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며 "백신을 지원할 때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그렇게 강하지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도 이제 막 백신을, 백신 접종을 늘려가는 단계였기 때문에 그렇게 안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결정을 내릴 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대북정책, 한국 정부 개입여지 많아져"

한편 손 교수는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인 대북 정책과 관련 "한국 정부가 여러가지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강산 관광이나 백신 관련 교류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는 사안에 따라서 유연하게 접근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어떤 쪽으로 몰고가야할지 아직 정확하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어 "한국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여지가, 개선의 여지가 많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그랜드바게닝(포괄적인 일괄타결)과 관련, "이제 뭔가 드라마틱한 결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시대에 여러번 얘기가 나오고 실제 성사도 됐던 북미정상회담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