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소령, 41년 만에 오월영령에 사죄

입력
2021.05.21 19:17

1980년 5월 광주시민 진압에 투입된 제3공수여단 11대대 소속 지역대장 신순용 전 소령이 41년 만에 처음으로 5·18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영령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신 전 소령은 21일 오후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헌화·참배했다. 이날 참배에는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 증언센터 팀장과 김영훈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이 함께했다.

5·18 계엄군 지휘관으로는 최초로 공식 참배한 신 전 소령은 방명록에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고 글을 남겼다. 참배단과 교도소 관련 사망 열사 묘역 앞에서는 두 차례 절을 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는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뿐이다"며 "5·18 당시 떳떳하지 못한 군인의 행위로 고통 느끼신 분께 너무나 죄스러워 진심으로 묘역을 참배해야겠다고 생각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41년간 5·18 진상규명 과정을 지켜보며 진실이 왜곡되는 것 같아 직접 나서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2016년부터 증언에 나서 제가 목격한 것을 직접 밝히려 했다"며 "진실이 밝혀지면 동조하는 동료 증언자도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 폭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라도 의문을 벗기고 싶다"며 "진실로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다른 계엄군들도 용기 내 진실을 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전 소령은 1980년 5월 20일 새벽 공수특전여단 소속 지휘관으로 광주에 왔다. 그는 교도소 방어 작전, 광주 고립 및 봉쇄 작전 등을 수행했다. 옛 광주교도소 앞에서 시민군 3명을 사살해 직접 암매장했다고 2017년 고백한 바 있다. 고속도로 인근 참호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나눠 타고 순차적으로 접근하는 시민들에게 2시간가량 조준 사격해 30~40명의 사망자가 나고 이들을 교도소 참호 인근에 암매장한 목격담도 여러차례 증언했다.

신 전 소령과 묘지 참배를 함께 한 김영훈 5·18 유족회장은 그의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김 회장은 "큰 용기를 내줘 감사하다"며 "신 전 소령에게도 지난 41년이 얼마나 피 마른 시간이었을까 생각한다. 군은 지휘계통상 전두환의 지시를 거부 못 했을 것을 이해한다. 건강하시고 앞으로 화해의 자리 만들어보자"고 화답했다.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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