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서 해결되면 뭐라도 팔겠습니다.”
만우절이었던 지난달 1일,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이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거리에 섰다. 그와 임직원들이 이날 광화문역 지하3층 임시매장에 팔려고 들고 나온 물건은 공사의 캐릭터 ‘또타’를 소재로 한 인형과 에코백. 하나에 5,000원인 또타 인형을 팔아 “재정적자 1조1,000억 원을 극복하겠다”는 이들의 ‘거짓말’에선 어떻게 해서든 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은 지하철이 멈출지 모릅니다’라고 적힌 행사장 현수막은 이들의 절실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현수막에 적힌 작별인사나 우려를 ‘허언’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공사는 대규모 적자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한 첫해인 2017년 30명을 시작으로 공사는 기존 두 기관에서 비슷한 일을 했던 인원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2018년엔 445명, 2019년 306명, 지난해 248명 등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이렇게 마련한 비용 655억 원은 안전시설 등에 투자한다. 2019년 경영개선 노력을 통해 239억 원의 비용을 절감한 데 이어, 2020년엔 자녀 학자금 지원 등 각종 복리후생비도 104억 원 줄였다.
그럼에도 올해 순손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승객이 줄면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6,000억 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로 회사 경비 541억 원 절감에 나섰다. 당초 계획(450억 원 절감)보다 크게 늘려 잡은 셈이다. 공사 관계자는 “사무실 소모품이나 도서 인쇄비용 등을 전년보다 최대 25% 줄여서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아끼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하철역 유휴 공간에 보관함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개인형 창고로 빌려주는 또타스토리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답십리역(5호선) 이수역(4·7호선) 가락시장역(3·8호선) 등 3곳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추가 설치 요구가 빗발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는 7월엔 환승역 4곳(영등포구청·공덕·왕십리·마들역)에 공유 오피스도 선보인다.
그러나 공사 안팎에선 적자 폭이 워낙 커서 이 같은 경영개선 효과가 ‘새 발의 피’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계속된 인원감축으로 철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고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한 예산 감축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려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손실보전 규모나 방식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