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어 美도 가상화폐 규제… 미래 디지털통화 경쟁 포석?

입력
2021.05.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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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달러 이상 거래 국세청 신고 의무화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 위한 탈세 방지
디지털위안 급부상에 견제 착수 해석도

중국에 이어 미국 정부도 가상화폐 규제 강화에 나섰다. 사회기반시설(인프라) 등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탈세 방지가 명분이지만 향후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통화 경쟁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1만 달러(1,100만 원)가 넘는 가상화폐 거래는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세 강화 계획안을 통해서다. 재무부는 “가상화폐가 탈세 등 광범위한 불법 행위를 촉발한다”고 규제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미 정부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1조9,000억 달러(2,14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안을 올 1월 통과시킨 데 이어 3월에는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확대에 2조2,500억 달러(2,500조 원)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달에는 1조8,000억 달러(2,030조 원)가 들어가는 미 가족 계획을 발표했다. 증세만큼 탈세 차단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화상 성명을 통해 가상화폐가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해친다며 연준이 더 적극적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디지털통화’(CBDC) 개발 착수 의사를 시사한 것이다. 그간 연준은 CBDC 개발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날 파월 의장은 “CBDC 국제 표준 개발에서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가상화폐와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CBDC는 길항 관계다. 이미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ㆍ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디지털위안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후 가상화폐 거래는 물론 ‘채굴’(거래를 위한 복잡한 연산 수행 대가로 가상화폐를 수령하는 행위)까지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 CNBC방송은 “CBDC와 관련해 중국이 성과를 내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전했다. 디지털위안의 급부상 조짐이 미국의 견제를 불렀다는 것이다.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에는 연일 악재다. 전날 중국 정부의 민간 가상통화 거래 방침 재확인 탓에 올해 고점 대비 41%나 빠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미 재무부 발표 직후 5% 급락했다.

권경성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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