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원전 산업 협력 방안이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현재 입찰이 미뤄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차세대 원전 건설 사업 협력 가능성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기술 협력 방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1일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원전 협력을 논의하고 회담 후 그 결과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 협력의 구체적인 사례를 국민들에게 확실히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천기술, 설계기술은 한국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미국도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동이나 유럽 등에서는 원전 건설 수요가 있는 만큼 한미가 손을 잡고 진출하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협력 방안은 한국이 최초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과 같은 대형 원전 건설에 한미 양국이 힘을 모으는 것이다. 바라카 원전은 한전이 기술 설계를 비롯한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두산중공업이 원전 제작, 현대건설·삼성물산이 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지원을 담당했다. 여기에 냉각제 펌프 등 3가지 주요 부품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서 제공받았다.
즉 원전 설계·제작·시공은 한국이 맡고, 주요 부품과 운영 사업은 미국이 맡는 식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1,400MW급 초대형 차세대 원전 2기를 짓기로 했는데, 2015년 한국이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 뉴스케일(NuScale)사가 뒤늦게 뛰어들어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저유가로 인한 재정압박으로 국제 입찰이 미뤄지고 있는 사우디 원전이 양국 간의 첫 협력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SMR도 또 다른 협력 대상으로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클린 에너지 정책으로 첨단 원자력 발전소를 활용하겠다고 밝혀왔다. 가스 발전 비중이 높은 미국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노후 원전 교체 등 원전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뉴스케일사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 등을 통해 SMR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2030년 수출을 목표로 4,000억 원을 들여 기술을 개발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원전 수출에는 공을 들여왔다. 현재 체코에 8조 원 규모로 1,000~1,200MW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건설 중인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 참여를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루마니아에서는 원전 정비 및 해체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 등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해외 원전 수출이 모순이라는 비판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 협력 의제는 미국이 먼저 제안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문재인 정부가 거절하기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러시아·중국산 원전이 전 세계에 건설되면 우라늄 투입량 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핵 안보 주도권 싸움을 위해서도 원전 수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