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이 21일 더불어민주당 청년 몫 최고위원에 내정된 가운데 6년 전에 그가 이인영 의원(현 통일부 장관)에게 보낸 편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던 그 시절 '김상곤 혁신위'의 청년 혁신위원으로 참여한 이 전 위원은 같은 해 7월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당내 86그룹의 리더 격인 이인영 의원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형태의 글을 썼다.
그는 '586 전상서 -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주십시오'라는 장문의 글에서 50대가 된 '86의 대표주자인 이 의원에게 "오래도록 우리당 청년 대표 주자였던 선배님은 늘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정치인"이라고 썼다.
이 전 위원은 "아마도 많은 수의 국민들은 1996년, 2000년, 2004년의 총선에서 과거 민주주의를 곧추세운, 386청년들의 국회 등원을 반겼을 것"이라며 "그러나 불과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586으로 전락해버린 선배님들에게 많은 국민들이 느꼈을 허탈함을 저희 세대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전 위원은 "선배 세대에게 느끼는 비애는 이런 것"이라며 "하나는 후배 세대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로, 이른바 '전대협 세대'는 든든한 후배 그룹 하나 키워내지 못했고 후배 그룹과 소통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시대는 빠르게 변해가는데 (586 세대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어젠다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아마도 '하청 정치'라는 비판을 받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을 향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무모해 보이는 부산 출마를 반복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었고,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김부겸 전 의원님의 대구 출마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정치인은 평소엔 정책으로 말하지만 선거 때는 출마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제는 선배께서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돼주는 건 어떻느냐"라고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2016년 총선에 이 의원의 고향인 충북 충주처럼 당시 당의 약세 지역에 출마 선언을 해 달라는 고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끝으로 이 전 위원은 "정치인 이인영의 선택은 혼자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뿐 아니라 야권 전체의 혁신, 나아가 대한민국의 혁신이란 큰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의 날갯짓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부디 큰 정치인의 길을 가시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대협 1기 출신으로 86그룹 맏형인 이인영 의원은 "86 용퇴론은 공학적 처방이 될 것"이라며 "자갈밭을 일구는 심정으로 15년을 보냈지 문전옥답을 물려받은 편이 아니다"라며 이 전 위원의 요구를 거부했다.
얼마 뒤인 같은 달 29일 이 전 위원은 SNS에 "첫 번째 편지를 쓰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운을 뗀 뒤 "(이인영) 선배님께서 우리 당의 지향으로 '노동이 있는 복지'를 말씀하셨다"며 "조심스럽지만 아마도 이 문제에 있어서도 국민의 눈에는 우리가 개혁을 막는 걸로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반대 정당, 만년 야당의 모습으로만 보여질 것이고, 삶에 지친 국민들은 예고된 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힘을 보태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세적 대응으로는, 무엇보다 큰 그림 없이는 저들 그림판의 크레용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대의에 동의하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오히려 일자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시간제 노동자들, 당장 호주머니에서 사라질 돈을 걱정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며 "이에 앞서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연봉도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제에도 햇볕 정책이 필요하다. (당이) 대기업을 적대시하고 기업주와 노동자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 당은 노동자의 편에 서 있지만 태도에 있어서 만큼은 기업가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인식의 변화를 주장했다.
또한 그는 "여야 간 논쟁이 평행선만 달리면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차라리 우리 당이 주도해 부정부패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 징벌적 의미의 법인세 인하 취소법안을 내는 것은 어떻겠는가. 부정부패, 악덕 기업들과 연동시켜 새로운 전선을 만들면 더 많은 국민이 우리의 편에 서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불신을 야기하는 건 새누리당만의 탓이 아니다"라며 "당장의 싸움에 지더라도 단순히 한쪽하는 대변하는 정치를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존재 이유가 '싸움을 위해서'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혁신위원을 지명직 최고위원 중 청년 최고위원으로 내정해 당무위원회로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1982년생인 이 전 위원은 올해 39세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2012년에는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 전 위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패해 본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그 뒤 2년 동안 세계일주를 하며 61개국 157개 도시를 다녔다. 지구 환경에 문제 의식을 갖고 지난해 '쓰레기책'을 출간했다. 이후 국내에서 '쓰레기센터'를 설립해 환경운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