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오세훈의 시간이다.”
4ㆍ7재보궐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를 통해 ‘공동운영’을 약속하고 서울시에 입성한 오세훈 시장. 서울시의회나 서울시에선 이 말을 요즘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네가 나가도 이기고, 내가 나가도 이기는 선거, 그러나 둘 다 나가면 모두 지는 선거’에서 단일화를 통해 박영선을 물리친 사실을 고려하면 안 대표에게도 적지 않은 지분이 있다. 안 대표 비서실장이 서울시 정무부시장 자리를 맡기로 하면서 시 공동운영이 첫발을 뗐다는 이야기까진 있었지만, 시에서도 의회에서도 ‘안철수’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오세훈과 안철수의 서울시 공동운영 약속은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10여년 간 ‘안철수 그림자’로 지내다 지난달 29일 서울시로 일터를 옮긴 김도식 정무부시장으로부터 ‘공동운영 상황’을 들여다봤다. 18일 오찬을 겸해 이뤄진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부임 첫날 가장 먼저 한 일은
“시의원 110명한테 아침 7시부터 전화를 돌렸다. 차 안에서, 사무실에 도착해서 계속 전화드렸다. 대부분 좋게 따뜻하게 받아줬지만, 아닌 분들도 간혹 계셨다. 굉장한 선입견이나 오해를 갖고 계신 분들은 오히려 따로 메모해놨고, 다시 한번 전화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찾아뵙고 풀어나갈 것이다. 이분들과 원만한 관계를 구축해서 ‘오세훈의 서울시’ 정책이 잘 펼쳐질 수 있도록 바닥을 다질 것이다. 여대야소 지형이라 시와 의회의 든든한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실제 서울시가 17일 의회에 제출한 조직개편안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일부 강성 시의원들이 가로막고 있어 처리를 위한 임시회 개회 날짜 확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 부시장도 “찬성 의견을 내비친 시의원 중에서도 일부는 조직개편안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에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는 태도여서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조직개편안이 통과해야 ‘오세훈의 서울시’가 될 텐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서울시 공동운영은) 난항이다. 두 분의 공약 실행을 위한 조직으로 개편이 되지 않고 있으니 각종 프로그램이 안 움직이고 있다. 공무원들 인사 이동과 승진 등 월급도 걸려 있어서 (통과가 안 되면) 원성도 많이 사게 될 것이고, 시정도 마비될 것이고… 어떻게든 개편안 속히 처리돼야 한다. 오 시장이 합리적 행정 하겠다고 했고, 대부분의 의원이 그게 거짓말이라고 생각 안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10년 만에 ‘그림자’에서 독립했다. 실감하나
“보름 정도 지나서야 주변에서 나를 알아보고 인사해오는 모습을 보고 ‘내가 부시장이 됐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장면이 펼쳐지기까지 나름 노력했다. 서울시 출근 둘째 날 아침엔 청사 지하 2층으로 갔다. 환경미화원 50여 명의 휴게실이 있는 곳이다. 또 식당 영양사와 직원들, 시민청 젊은 기획자들, 9층 다목적홀 근무자들 등 시청 지리도 익힐 겸 한 바퀴 돌았다. ‘낯설고 이질적인 사람’ 이미지 불식에 주력해서인지 요즘은 먼저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신다. 이제 시청 근방에 오면 ‘입수 보행’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웃음).”
-하루 일과는 어떤가. 자택도 오 시장과 같은 광진구인데, 자주 만나나
“오전 7시 6층으로 출근한다. 전날 퇴근 후 있었던 언론 보도를 챙겨보고 오전 8시 반 아침 회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현안을 챙긴다. 오 시장을 접하는 때는 주로 이 회의나 별도 토론회, 간담회 있을 때가 사실상 전부다. 오 시장이 크게 크게 큰 부분들 챙기고 그 가운데 빈 곳, 또 모자란 곳 있으면 그걸 채워 넣는 게 내 역할이다. 시장과 되도록이면 동선이 같으면 안 된다. 과중한 시장업무를 덜어드리는 ‘대신맨’으로 일정을 보내기도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간다. 언론과 별도 자리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의회 외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 있나
“(공동운영이 제대로 되기 위해선)시 산하 기관의 직원 수천 명이 내는 목소리도 조율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도 일단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잘 들어준다’고 소문이 났는지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요청이 많다. 시 산하기관 노조 면담만 해도 일정도 빡빡하다. 내가 듣는다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동운영’ 말은 좋지만, 사공이 많아 시정이 산으로 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양쪽 공약을 봐도 유사한 게 너무 많다. 조직개편이 안 되고 있어서 최적은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라도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시즌에 입각한 코로나라든가 보육 문제, 교육, 청년 문제 등을 상당 부분 정책에 녹여져서 시행중이고 가시화되면 어떤 형식으로 발표할 것이다. 나를 필두로 해서 공동운영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만 드린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공동운영은 순항 중이라고 난 평가한다.”
-공동운영이 1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오세훈, 안철수 두 사람이 선거 과정에서 동의했던 것은 ‘우리가 1년짜리 시장 자리 차지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시민들 앞에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문재인 정권 비판한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난 주변에 ‘우생마사’라는 말을 자주 한다. 홍수가 나서 강에 말과 소가 떠내려간다. 불어난 급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말은 지쳐 결국 죽는 다는 것이고, 소처럼 큰물에 떠내려가면서도 조금씩, 자신의 페이스대로 발길질하다 보면 강기슭에 닿아 살아남는다는 거다.”
-공동운영 성공 조력자 외 목표로 하는 것은
“단일화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나도 나가서 이기고 너도 나가서 이기는 선거에서 단일화가 된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다. 이번이 최초다. YS, DJ도 단일화 실패하면서 노태우가 됐다. 박영선 전 장관이 될 수도 있었지만, 두 사람이 오세훈으로 단일화해서 성공했고, 이렇게 해서 시작한 시정 공동운영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와서 사람들 사이에 ‘유능하기까지 하네?’ 하는 인식을 주고, 야권지지자들이 자괴감과 패배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단일화의 성공 모델을 만든다면 대선 등에서 앞으로 더 큰 범야권 단일화를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왜 이리로 보냈다고 생각하나
“서울시가 국정 운영의 작은 모델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자치경찰제까지 시행되면 치안까지 맡게 되고 국방 빼고 다 하게 되는 거다. 대한민국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이 유능하고 그래서 여기서 좋은 인맥도 쌓을 수 있고, 여러 배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안 대표도 좌충우돌 시행착오 있었지만, 나아지고 있고 또 진화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본다. 너무 급하게 보면 안 된다. 그러니까 비서실장을 여기 갔다 오라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