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1일 옥중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전날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꼬집고,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이 대처를 잘못했다는 점을 반성했던 그가 하루 만에 박 전 대통령을 감싸는 모습을 보인 것.
이 전 최고위원은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를 하면서 승부 의식이 생기는 지점은 내가 세운 가설을 내 손으로 마지막까지 검증해보고 싶을 때"라며 입을 뗐다.
그는 "유세차를 공개하면 젊은 세대의 입이 터지고 그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가설은 오세훈이라는 큰 우산 아래서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실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할당제를 없애는 방법으로 오히려 남녀노소 간의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고 고급 인재를 쓸어 담을 수 있다는 이 가설은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수백 차례 돌아간 사고실험이지만, 현실에서 이 시도를 완결하려면 당대표의 권한이 절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은 정말 책 읽고 코딩하면서 평화롭게 쉬고 싶었는데 사실 27살 이후로 한 해가 계획대로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으니 이제 익숙하기만 하다"며 "생각해보면 다 나를 이 판에 끌어들인 그분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나는 컴퓨터와 씨름하던 나를 사람들과 씨름하는 곳으로 끌어내 준 그분에게 항상 감사하다"며 글을 맺었다.
두 차례에 걸쳐 언급한 '그분'은 박 전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2011년 말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대위원으로 발탁됐고, 한동안 그에게는 '박근혜 키즈'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한편 전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최고위원은 중앙당사에서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경종을 울릴 용기가 없었던 비겁자들이기에 벌을 받는 것"이라며 "다시는 진실과 정론을 버리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 진영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비겁한 자들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에 실망한 어떤 젊은 지지층이 우리에게 표를 주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