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발표 전날까지도 “괜찮을까”라고 물으며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합의에 큰 부담을 느꼈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외무장관 등의 설득에 결국 동의했다고 한다.
21일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권 비사를 다룬 ‘미완의 최장정권-아베 정권부터 스가 정권까지’라는 연재 기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뒷이야기를 다뤘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합의문 중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기술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일본 총리가 '사죄와 반성'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일본 정부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주저하는 아베 전 총리를 설득한 인물은 기시다 외무장관이었다. 그는 “여기서 정리해야 한다. 지금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한일 관계는 표류한다”고 강조했고 야치 쇼타로(谷内正太郎) 당시 국가안보국장도 “한국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모두 해결된다고 말한다”라며 재촉했다. 한국에선 당시 미국의 강한 요구로 한일 정부 모두가 ‘떠밀리듯’ 합의를 체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아베 전 총리도 결국 동의했지만 12월 28일 발표 전날까지도 기시다 장관에게 연락해 “정말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을까”라고 물었을 정도로 걱정했다고 한다.
당시 아베 정권 고위 관계자는 “아베 전 총리가 아니라면 합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수주의자인 아베이기 때문에 자민당 내 우파의 반대를 억누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합의 발표 직후 총리관저에는 지지기반인 보수진영으로부터 항의 메일이 쇄도했다.
신문은 주저하던 아베 전 총리도 막상 발표 후에는 “합의하길 잘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퇴임 후 인터뷰에서도 “일단 합의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 측에 ‘약속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에 우리는 도리를 다했다고 호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현 총리는 주일 한국대사를 지낸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2013년부터 교류가 있어 애초 위안부 합의를 위한 한일 협상도 지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록을 둘러싸고 한일 갈등이 시작되자 위안부 합의에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고 한다. 특히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검증 작업을 시작하자, 스가 당시 관방장관은 회견에서 “1㎜라도 합의를 움직일 생각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스가 총리의 한국에 대한 강경 자세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신문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