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 강 "바흐 무반주 소나타 끝엔 자유가 있어요"

입력
2021.05.21 17:00
25일부터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파르티타 전곡 리사이틀 투어

외로움, 단절, 답답함.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연주를 앞두고 떠올린 단어들이다. 오케스트라나 피아노 반주 없이 무대 위에서 오직 연주자 자신과 바이올린만이 존재하는 이 래퍼토리는 고독하다. 코로나19로 분절되고 단절된 지금 이순간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음악일지 모른다. 하지만 외로움으로만 그치는 음악이 아니다. 주미 강은 "연주를 통해 끝없는 자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공연기획사 빈체로에 따르면 주미 강은 25일 대전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6일 대구 웃는얼굴아트센터를 거쳐 3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과 다음달 1일 경기아트센터에서 리사이틀을 열고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1~3번)와 파르티타(1~3번) 전곡을 연주한다. '바이올린의 성서'로 꼽히는 곡들이다. 하루에 모든 곡을 내리 연주하는 대장정이다. 2시간에 걸쳐 대작들을 연이어 공연하는 이유에 대해 주미 강은 "관객들에게 여섯곡을 한 호흡으로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는 연주자의 기량과 해석이 오롯이 드러나는 장르다. 무대 위에서 숨을 곳이 없다.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주미 강은 "바흐의 음악은 규칙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20대 후반에 비로소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바흐는 특히 전곡을 연주할 때 끝없는 자유로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 자유를 발견한 결과 이제는 자신만의 다양한 해석에 도전하는 용기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주미 강의 개성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주미 강은 "바이올리니스트는 항상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실내악 파트너들과 타협을 하는 악기인데 바흐의 무반주 곡을 준비할 때는 음악적으로 그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내 흐름과 의식대로만 해석이 가능해서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 반주자가 없는 공연을 통해 역설적으로 피아니스트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리사이틀 투어가 끝나도 그의 무반주 연주 여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미 강은 "악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교회와 성당, 박물관을 비롯해 찾아가는 음악회 형식으로 고아원과 병원 같은 곳에서도 이 곡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연주자로 사는 동안 바흐 무반주 전곡을 "최소 한 번 이상 앨범으로 녹음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미 강은 현재 국내에서 왕성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바흐 리사이틀에 앞서 23일 오후 7시에는 온라인 공연 플랫폼 '스트로(STRAW)'를 통해 '미니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반주로 베토벤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로망스 1번과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발라드'),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9월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투어에 나선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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