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분쟁으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일부 국내 기업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복잡한 국제 정세에 해당 국가 내 비판의 불똥이 국내 기업에까지 튄 것이다.
7일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이 발발한 이후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팔레스타인에서는 이스라엘 기업과 거래를 거부하는 'BDS(Boycott, Divestment and Sanctions 불매·투자회수·제재)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현대건설기계(옛 현대중공업)가 불매 목록에 올랐다.
BDS는 현대건설기계 장비가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집을 파괴하는데 사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사업부문이 인적분할해 현대건설기계주식회사로 신설됐다.
트위터 등 SNS에서 #BoycottIsrael, #BoycottIsraelgoods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팔레스타인을 위한 보이콧 목록에 현대건설기계가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인으로 추정되는 한 트위터 계정은 BDS의 불매운동을 홍보하는 이미지를 올렸다. 이는 20일 오후 기준 7,000회 이상 리트윗됐다.
이를 본 국내 네티즌의 의견은 분분하다. 한 네티즌은 "다른 기업들에도 이스라엘에 납품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항의의 표시니까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건설장비가 집 부수는 데만 쓰는 것도 아니고 집 짓는 데도 쓰는데 말도 안 되는 이유"이라고 적었다.
현대건설기계가 팔레스타인에서 비판의 대상인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BDS 팔레스타인 시민위원회는 2017년에도 전 세계 시민들에게 현대건설기계의 불매 운동과 매각을 촉구했다.
BDS에 따르면 2017년 1월 18일 이스라엘은 나가브 남쪽 베두인족 마을인 움알히란 등에서 현대건설기계 굴착기를 사용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집을 철거했다. 라말라 인근 할라미시와 북부 웨스트뱅크의 바르칸 공업 단지 등의 건설에도 현대건설기계의 장비가 사용됐다고 전했다.
BDS는 이는 이스라엘과 관련해 통과된 최초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UNSC) 결의안인 'UNSC 2334'에 의하면 규탄받아야 할 대상이며, 이스라엘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대건설기계가 사업 참여를 중단하지 않아 기업의 지속균형발전을 장려하는 UN 글로버컴팩트(UN Global Compact)와 유엔 기업과 인권이행에 관한 원칙(UN Guiding Pricnciples on Business)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각종 기관과 재단 및 교회가 현대건설기계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고, 지방 의회는 경쟁 입찰에서 현대건설기계를 배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민주화 항쟁이 격화하고 있는 미얀마에서는 포스코건설에 대한 불매 목소리가 높다.
트위터에서는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의 사업 파트너이며, 군부의 독재 기간 중 입지를 굳혔다는 내용의 이미지가 확산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해당 이미지와 함께 한국에서 벌어지는 시위 이미지도 공유하고 있다.
앞서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등 현지 시민 단체는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와 경제면에서 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일 미얀마 현지에서는 한 미얀마 시민이 미얀마 석유가스공사 사무실 앞 담벼락에 'GET OUT POSCO(포스코는 나가라)'를 붙이고 세 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최고의원 역시 17일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는 (광주민주화운동) 5·18정신에 반해 미얀마 군부 독재를 사실상 지원하는 행위를 즉시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