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정장을 빼입은 사내가 어깨를 흔들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린다. "이제라도 내 맘 받아줄래~". 사랑을 고백하는 가사에 맞춰 바지에 두 손을 집어넣고 수줍게 양발로 리듬을 타는 모습이 다정스럽게 보인다. 아이돌일까. '아이 러브 유' 티저 영상 속 성시경(42)의 모습이다.
'아이 러브 유'는 성시경이 10년 만에 내는 정규 앨범 8집 'ㅅ(시옷)' 타이틀곡이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서툰 설렘의 감정을 사랑스러운 노랫말과 성시경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담았다. 축포처럼 터지는 흥겨운 관악기 연주에 맞춰 "아이 러브 유"를 반복하는 경쾌한 멜로디가 특징. "10년 만에 앨범을 들고 춤추면서 컴백합니다." 20일 화상으로 새 앨범 기자간담회를 연 성시경은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템포가 더 느렸는데, 춤추는 곡으로 만들려고 수정했어요. 내일이면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춤추는 영상이 공개될 텐데, 역시 한계가 있다고 웃으실 수도 있지만 그게 포인트에요. 댄스곡을 연습해서 많은 분들한테도 '저 나이에 열심히 했구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랄까요." 성시경이 무대에서 춤을 추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2001년 '미소천사' 이후 꼭 20년 만이다.
21일 공개될 새 앨범 '시옷'엔 '앤 위 고(And we go)', '방랑자', '우리 한때 사랑한 건', '너를 사랑했던 시간', '이음새', '마음을 담아', '널 잊는 기적은 없었다', '나의 밤 나의 너', '영원히', '자장가', '첫 겨울이니까' 등 14곡이 빼곡히 실린다. 성시경은 2001년 1집 '처음처럼'을 냈다. 데뷔 20년에 맞춰 기획돤 새 앨범은 제작 기간만 꼬박 2년이 걸렸다. 애초 지난해 발매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제작이 늦춰진 영향도 컸다. 성시경은 "재작년 가을부터 준비한 앨범"이라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시간에 쫓기지 않고 노래도 편곡도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했다"고 말했다.
성시경은 사람, 사랑, 삶, 시간, 상처, 선물, 손길처럼 일상 속 평범함을 담은 단어들이 다 첫 자가 시옷으로 시작하는 데 영감을 받아 앨범 제목을 '시옷'으로 지었다. 그 안엔 소중한 일상에 대한 단편들이 담겼다. 조규찬이 작사, 작곡해 성시경에 준 '방랑자'가 대표적인 예다. 성시경은 "이 곡을 들으면서 여행을 떠나고, 풍경을 보는 기분이었다"며 "'난 왜 이렇게 욕심이 많았을까'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성시경은 어느덧 데뷔 20년을 지났다. '내게 오는 길'로 발라드 가수로 주목받은 그는 '넌 감동이었어' '안녕 나의 사랑' '좋을 텐데' '거리에서' '두 사람' '희재' '너는 나의 봄이다' '너의 모든 순간' 등 여러 히트곡을 내 꾸준히 사랑 받았다. 그런 발라드 가수는 "요즘 신인 가수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뭐든 게 새롭다"는 게 그의 말이다. 성시경이 눈과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고, 그 결과 창작에 대한 관심도 아직 식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만둘 때까지 사랑 노래만 하고 싶기도 해요. 작품을 쓰는 것보다 작품을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가수라 생각해요, 전. 좋은 곡이 있으면 내 스타일로 연기해봐야지 한다랄까요. 사랑 노래 안에서도 충분히 표현하고 싶은 게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