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가 재기 못할 때까지…" 이·팔 교전 중단, 공은 이스라엘로

입력
2021.05.20 19:20
휴전 기대? 팔레스타인서 흘러나온 임박說
바이든 압박에도 네타냐후 “아직 목표 미달”
불리한 국제 여론에 출구 모색 불가피할 듯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간 교전이 열흘을 넘기며 국면 전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편에서 흘러나오는 휴전 임박설(說)은 한풀 꺾인 기세의 방증이다. 선공을 가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이스라엘 측 태도가 여전히 강경하지만 적극 개입 의지를 시사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체면과 갈수록 불리해지는 국제사회 여론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출구’ 모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 간부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19일(현지시간) 레바논 알마야딘TV 인터뷰에서 “이틀 안으로 휴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하는 팔레스타인의 다른 정파인 파타의 중앙위원회 간부 지빌 라주브도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아샤르크TV 인터뷰에서 “이집트가 주도하는 아랍권의 노력으로 휴전 협정 초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는 객관적 전언이라기보다 기대감의 피력일 공산이 크다. 현재 전세(戰勢)는 압도적으로 기운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측 피해가 훨씬 크다. 이날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군사용 터널 네트워크를 공습해 40개 지하 표적을 처리했다고 공개했다. 교전 돌입 뒤 지금껏 제거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이 160명에 이른다는 게 이스라엘 측 주장이다. 반면 팔레스타인이 쏘는 로켓은 이스라엘에 별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왕 충돌이 벌어진 이상 이번 기회에 하마스를 재기 불능 상태까지 몰아붙이겠다는 게 이스라엘의 심산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결심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외국 대사들을 만나서도 가자지구 목표물 폭격의 목표는 하마스를 저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분은 이스라엘 시민의 평온과 안정 회복이다.

그렇다고 타협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그간 비난을 감내하며 우방이 망신당하지 않도록 방어해 준 미국의 자세 변화가 최대 지렛대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로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전화 통화 사실을 소개하며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오늘 휴전으로 가는 중대한 긴장 완화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양측 충돌 발발 이후 네 번째인 이번 통화 관련 자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어권을 지지했다는 내용이 처음 빠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통화 의제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의 상태 △하마스와 다른 테러리스트 전력 저하 관련 이스라엘의 진전 △역내 국가와 미국의 외교적 노력 등이었는데, 관건은 하마스가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느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사 소식통은 브리핑에서 하마스 역량 저하 목표를 이스라엘이 성취했는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에 도달할 경우 휴전이 고려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지 매체 예루살렘포스트 역시 “이스라엘이 20일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휴전 조건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해 휴전 기대감을 높였다.

인도적 이슈와 외교 관계도 외면할 수 없는 변수다. 이날까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가자지구 거주민은 어린이 65명을 포함해 232명에 이른다. 이집트는 네타냐후 총리가 교전 중단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거부권을 패스해 중국과 함께 해당 안건을 유엔 총회에 곧장 상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끊길 위기에 놓였던 정치 생명이 이만하면 어느 정도 연장된 만큼 네타냐후 총리가 더이상 무리하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