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산지 가보니...마트서 산 ‘초고당도’ 수박 실패 없는 이유 있었네

입력
2021.05.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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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겨울, 수박은 봄? 달라진 ‘제철과일 지형도’
3월엔 경남·전남서, 8월엔 강원 양구서 재배 적절
대형마트, 12브릭스↑ ‘초고당도 수박’만 취급

제철 과일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와 농업 기술의 발달로 그동안 봄을 알리던 딸기는 근래 들어 ‘겨울 대세 과일’이 됐고 여름이 제철이던 수박은 봄부터 식탁에 오른다. 이미 대형마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수박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한여름에 즐겼던 수박을 봄에 맛보게 된 건 위도에 따라 최적의 재배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노지(露地) 수박은 6월 충북 음성과 충남 예산, 7월 전북 고창과 정읍 등지에서 많이 수확하지만 비닐하우스 재배는 얘기가 달라진다. 한여름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가 오히려 생육환경으로 부적절하다.

17일 찾은 충남 부여군 세도면의 한 수박 농장 관계자는 "우리는 요즘 가장 잘 익은 수박을 딸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강을 끼고 있어 땅이 비옥해 과일 생육환경으로 제격인 부여의 경우 5월이 수박 제철이란 얘기다.

‘달지 않으면 불합격’ 광센서·수박즙으로 당도 측정





이 농장에서 수확 작업은 오후 7시에 시작된다. 밤에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온이 높은 낮에 수박을 따면 이동 중 작은 부딪침에도 내용물에 변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일 비가 온 이날은 수박이 물을 먹지 않도록 낮 12시부터 수확작업이 시작됐다.

수확과 동시에 당도 감별도 진행됐다. 당도 감별은 농가에서 1차로 샘플 수박의 즙을 ‘휴대용 당도 선별기’에 떨어뜨려 당도를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샘플 당도가 높게 나오면 수확한 수박을 한꺼번에 ‘비파괴 선별기’에 올려 2차 당도 선별 과정을 거친다. 선별기에 장착된 광센서는 수박 속에 침투해 육질의 당도를 읽어낸다. 1㎝ 이상인 껍질을 투과하니 수박즙을 이용한 측정보다 정확도는 떨어진다.

비파괴 선별기를 거친 수박은 중량을 잰 뒤 무게별로 분류됐다. 12브릭스(Brix·100g당 당의 농도) 이상 수박은 ‘초고당도 수박’, 12브릭스 미만은 ‘당도선별수박’으로 출고된다. 11브릭스 미만 수박은 마트에 유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 수박보다 당도가 월등히 높고 아삭한 식감의 수박을 수확하는 비결은 ‘스테비아 농법’ 덕분이었다. 후숙기에 천연허브의 일종인 스테비아에서 추출한 ‘스테비오사이드’를 주입하면 당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비 오면 당도 떨어져 서둘러 재배

그러나 제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날씨의 영향은 피해갈 수 없는 게 농사다. 이날 농부들은 사흘간 내리 비가 온 탓에 일찌감치 넝쿨을 잘라둔 수박을 부지런히 수레에 실었다. 수박이 물을 먹으면 어렵게 높인 당도가 묽어지며 단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 수박을 납품하는 삼흥농업회사법인 임선기 상무는 “비가 많이 와서 물을 먹지 않도록 미리 넝쿨을 잘라놨다”며 “통상 저녁에 작업하지만 오늘은 낮 12시부터 작업팀이 와서 수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여름처럼 한 달 내내 비가 오면 아무리 스테비아 농법을 써도 물을 잔뜩 먹어서 당도를 높일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배부터 수확, 감별까지 이렇게 깐깐한 과정을 거치는 탓에 대형마트에 출하된 수박은 거의 실패가 없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비파괴 선별 후 기준 통과한 상품만 입고해 12브릭스 이상 초고당도 수박만 판매한다”며 “농가에서부터 고객 식탁에 이르는 전 유통 과정에서 최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잘 익은 수박 고르는 3가지 방법

흔히 줄무늬가 진하고 선명한 것이 잘 익은 수박이라고 알려졌지만 줄무늬는 품종에 따라 짙거나 옅을 뿐 맛과는 큰 관련이 없다. 전문가들은 “비옥한 땅에서 재배된 수박이 당도가 높고 좋은 수박”이라고 해도 소비자가 수박만 보고 재배지를 알 수는 없다.

가장 손 쉬운 방법은 ‘소리’다. 수박을 두드렸을 때 저음의 둔탁한 소리가 난다면 육질로 꽉 찬 수박이다. 수분이 많고 당도가 낮은 수박은 고음의 팽팽한 소리가 난다. 또 수박 겉면에 파우더처럼 새하얀 ‘분’이 묻어 있다면 달고 잘 익은 수박이다. 수박은 수확 직후보다 이틀 뒤 수분이 자연적으로 빠졌을 때 당도가 가장 높다.

부여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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