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공감과 이해가 있어야 '비극' 막을 수 있다

입력
2021.05.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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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는 낯선 타국”이라고 했던 역사학자 로이 포터의 말처럼 조현병을 앓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1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한다는 이 병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으니 공감하기도 어렵고 조현병 환자는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 된다. 저자는 “조현병을 이해할수록 우리 눈에 보이는 광기의 얼굴은 공포의 얼굴에서 점점 슬픔의 얼굴로 변해간다”고 했다. 조현병에 걸린 동생을 둔 환자 가족으로서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조현병에서 살아남기’라는 원제의 이 책은 조현병의 원인, 진단과 증상, 치료와 경과, 예후에 관한 연구를 망라한 조현병 바이블이다. 환자의 가족에게 특히 필요한 내용이 많다. 저자가 35년간 수백명의 조현병 환자를 상담한 사례와 뇌 과학, 인지과학, 생물학이 밝힌 조현병에 관한 지식,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보 등을 담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의사를 찾을 수 있는지, 조현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향정신병약물의 종류는 무엇이 있는지 등 환자와 가족들이 비난과 수치로 인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구체적 정보와 실질적 방법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조현병은 완치가 가능한 병은 아니지만 “명백히 치료가 가능한 병”이다. 적절히 관리하고 치료한다면 조현병 환자의 가족과 사회를 재난으로부터 막을 수 있다. 관심과 공감은 치료에서 중요한 출발점이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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