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더 이상 변방의 이슈가 아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띄우고, 보수 진영에서도 호응하는 목소리가 있다. 아직 각론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기본소득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의제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 책은 기본소득 반대를 외친다. 진보 진영에서 보건복지 전문가로 활동해온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기본소득이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는 데 방해요인이자 ‘작은 정부’로 인도하는 트로이의 목마라고 평가절하한다.
그가 보기에 특정 계층, 세대를 겨냥한 ‘푼돈’ 기본소득은 ‘가짜’다. 국가가 구성원 모두에게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매달 기본적 생활이 가능할 만큼의 현금을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의 기본요건에 부합하지 못해서다. 그는 제대로 된 기본소득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연간 500조 원 이상의 돈이 든다고 추정한다.
문제는 실현가능성. 재정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소득 재분배와 양극화 개선 효과도 미미할 거란 주장이다. 대안으로 내놓은 건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생애 주기에 따라 모두에게 배분하는 ‘보편적 복지국가’다. 저자는 “책이 기본소득에 대한 선전, 선동을 넘어 건설적 토론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