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부리다 뒤늦게 속도 내는 국가교육위 설치

입력
2021.05.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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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교육위는 국회법에 따라 다음 달 12일까지 이 법안을 표결해야 한다. 국가교육위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대학입시, 학제, 학급당 인원 등 핵심적 교육정책들을 독립적으로 논의하도록 한 사회적 합의기구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비롯해 홍준표ㆍ안철수ㆍ유승민ㆍ심상정 등 다른 후보들도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법안 추진 방식이나 법안 내용 모두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입법 목적과는 동떨어져 있다. 정부 조직의 근간을 바꾸는 변화인 만큼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한 뒤 추진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등 야당의 반대가 있었으나 여당은 이를 묵살한 채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했다. 국가교육위는 설립할 때부터 정파를 초월한 합의가 전제돼야 그 결정이 정당성과 수용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식의 추진 방식은 옳지 않다.

법안의 내용도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겠다는 기구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21명의 위원 중 대통령이 5명을 지명하고 국회가 9명을 지명하는데 국회 몫 중 4명은 여당이 정한다. 당연직인 교육부 차관까지 친정부 위원만 10명이다.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여당 안에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낼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권이 국가교육위 설치가 중요한 정책 과제라고 판단했다면 대통령 임기 초반에 드라이브를 걸었어야 한다. 그러나 3년 넘게 허송세월한 뒤 올해 초 대통령이 ‘금년 중 추진’을 언급하자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백년지대계를 세우는 일이 이렇게 떠밀리듯 이뤄져서는 안 된다. 정부·여당은 야당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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