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을 앞두고 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대선 경선 연기론'이 급속히 잦아들고 있다. 우선 이를 정리할 당 지도부가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도 대부분 상대 당 후보보다 먼저 당내 후보로 선출됐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명분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은 대통령 선거일 180일 전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년 3월 9일 예정된 대선 일정상, 다음 달 중순 경선 일정을 시작해 9월 10일 이전에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민주당의 후보 선출 일정은 대선 12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의힘보다 두 달이나 빠르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먼저 링에 오르는 것이 불리하다는 주장을 했다. 일찍 노출되면 검증 공세를 겪는 시간이 길어져, 후보가 상처를 입게 되고, 막바지 경선 흥행으로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컨벤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친문계 의원들 사이에서 물밑에서 거론됐던 경선 연기 주장은 6일 친문계 전재수 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하지만 경선 연기론은 공론화 10여 일 만에 동력이 빠르게 식고 있다. 키를 쥔 당 지도부부터 적극적이지 않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특정 대선주자 편을 들어준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비문재인계에 가깝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9일 한국일보에 "경선 연기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대선주자 지지율 1위 후보의 동의와 확실한 명분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둘 다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경선 연기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명분도 약해지고 있다. 이 지사와 가까운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한국일보에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상대 당보다 먼저 후보로 확정된 사람이 대통령이 된 때가 많았다"며 "이것만 봐도 경선 연기론은 근거가 적다"고 주장했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4월 3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3월 31일) 후보보다 사흘 뒤 선출됐지만, 안철수 국민의당(4월 4일) 후보보다는 하루 빨리 선출됐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8월 20일 선출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선출일(9월 16일)보다 한 달 정도 빨랐지만, 박 후보가 당선됐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10월 15일)보다 두 달이나 앞선 8월 20일 선출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압승했다. 14대 김영삼, 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대통령도 모두 2위 후보보다 후보 선출일이 빨랐다.
다만 야권 대선 레이스가 경선 연기론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유력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제 어떤 식으로 연대를 모색하느냐에 따라, 이 지사 등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