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오현철교수팀, 중수소 분리 신규 시스템 개발

입력
2021.05.19 14:43
중수소 분리효율 세계최대 구현
美화학회지 전면 표지 선정


바이오메디컬(Biomedical) 이미징, 암 치료 등의 의료 분야, 비방사성 동위원소 추적 및 중성자 산란 등 과학 분야, 핵융합 발전 등에 응용되는 중수소를 세계 최대 효율로 분리하는 시스템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연구팀은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사이트를 가진 ‘다공성 물질’을 활용해 세계 최대 수소 동위원소 분리 효율을 구현했다.

경상국립대(GNU) 에너지공학과 오현철 교수팀은 중수소에 의해서만 흡착하는 사이트를 가진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활용해 중수소 분리 효율을 비약적으로 높인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경민 숙명여대 교수팀, 강성구 울산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중수소의 흡착 밀도가 수소보다 높아 1D 채널 형태의 다공질 내부 표면에 중수소가 더 가깝게 흡착하게 되고 그 결과 채널 중간에 중수소만 들어갈 수 있는 기공을 만들어 중수소 분리 효율을 세계 최대로 구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화학회지(JACS) 전면 표지로 선정됐으며, 논문은 19일자(한국시각)로 공개됐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로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 원료이자,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고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매우 비싸다.

중수소를 얻으려면 중수 전기분해로 만들어진 수소 동위원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만 골라내야 한다. 하지만 동위원소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하므로 까다로운 분리 기술이 필요하다.

강성구·최경민·오현철 교수 공동연구팀은 기존 기술과는 다르게 다공성 물질 기공(채널) 내부를 중수소로 1차 흡착시켜 작은 내부 채널을 생성했다.

이렇게 생성된 내부 채널을 수소는 통과하지 못하고 중수소만 통과시킬 수 있어 분리 효율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사용된 물질은 매우 저렴한 소재인 ‘코발트 포메이트’(Cobalt formate· CoFA)였다. 25K 극저온, 30밀리바(mbar)의 중수소를 CoFA에 주입해 1차적으로 중수소 흡착을 우선시키면, 이후 혼합기체를 주입하더라도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흡착할 수 있어 기존 극저온 증류법 보다 30배 이상 높은 효율을 보였다.

최경민 교수는 “CoFA는 저렴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저가 소재를 이용하여 동위원소 분리 효율을 측정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이를 통해 대용량 수소 동위원소 분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강성구 교수도 “흡착 밀도를 실험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밀도 흡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산모사로 증명해 낸 의미 있는 결과였다”라고 설명했다.

오현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강한 흡착 사이트가 없는 다공성 물질에서 중수소만 선택적으로 친화도를 가지는 특성의 물질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물질 내에서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영역을 발견한 결과로 수소 동위원소를 비롯해 고가의 동위원소인 헬륨, 산소의 분리 분야로도 적용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원자력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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