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충돌에서도 어김 없이 등장한 'SNS 가짜뉴스'

입력
2021.05.20 05:30
'공급 피해' 주장하는 거짓 사진·영상물 확산
DW "공감 혹은 단순히 조회수 얻기 위한 조작"
혐오·오해 키워 다시 폭력으로 이어질까 우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에서 울부짖는 소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아기….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길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참상을 전하는 사진과 영상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쟁의 비극을 알리기에 이보다 효과적인 수단은 없지만, 부작용도 있다. 바로 ‘가짜뉴스’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18일(현지시간) 이ㆍ팔 갈등의 선전 도구로 전락한 어린이들의 실태를 조명했다. 사진에는 가자지구 피해를 지구촌에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목적도 담겨 있으나,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는 소녀가 책을 꽉 안고 있는 사진(위)이 대표적이다. 가자지구의 고통을 보여주는 이미지로 SNS에서 인기몰이 중이지만 사실 이 사진은 2014년 촬영됐다. 팔레스타인 작가 파디 압둘라 타벳은 해당 사진을 당시 가자지구 북부에서 찍었다고 밝혔다.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 외롭게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유명한데, 이 또한 2014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50일 전쟁 때 촬영된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나 50일 전쟁 사진들이 뒤섞여 한 장의 이미지(가운데)로 인용되면서 조작을 식별하기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다.

영상에 잘못된 정보까지 덧붙여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아이들을 포함,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격 피해를 부각하려 가짜 상처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SNS에 퍼지고 있는 한 영상은 사실 2017년 진행된 자선행사 사진이다. 원본은 팔레스타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프랑스 자선단체 ‘닥터스 오브 더 월드’와 행사를 진행하면서 찍은 2분짜리 영상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진짜가 거짓으로 둔갑해 비난받기도 한다. 14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린 가자지구 건물 앞에 선 소년 사진(아래)은 팔레스타인 측이 이스라엘군의 잔혹성을 표현할 목적으로 꾸며 낸 이른바 ‘팔리우드’라고 낙인 찍혀 소셜미디어에서 돌고 있다. 사진 속 요람이 크게 손상되지 않아 조작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작가 사마르 아부 엘로프로가 16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를 통해 공개한 여러 보도 사진 중 하나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포토 저널리즘’은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가족과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다 배가 난파돼 터키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세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 등 이미지의 위력은 여실히 입증됐다. 하지만 범람하는 ‘분쟁 사진’ 속 가짜뉴스는 또 다른 폭력을 부를 우려가 크다. 매체는 “출처와 조작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사진들이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미지 홍수는 혐오와 오해를 유발하고 더 큰 폭력을 부추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