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싼 '내 집 마련' 마지막 수단?... 수도권 경매 인기 절정

입력
2021.05.18 20:30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 역대 최고
집값 급등에 저렴한 주택으로 '내 집 마련' 수요 몰린 듯
임차인 권리분석과 자금 조달에 유의해야

법원경매 시장에서 수도권 아파트의 인기가 뜨겁다. 최근 수년 새 집값이 빠르게 급등한 탓에 시세보다 저렴한 경매 물건으로라도 '내 집 마련'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늘어서다. 일반 매매 물건과 달리 경매 물건은 토지거래허가제나 자금 증빙 등의 규제를 덜 받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18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지난달보다 1.6%포인트 오른 113.8%로 조사됐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이후 최고치다. 같은 달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도 각각110.1%, 102.9%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100%가 넘으면 감정가보다도 높은 입찰가를 주고서라도 주택을 낙찰 받으려는 수요가 강하다는 뜻이다. 지난달 감정가 5억7,000만 원의 경기 광주시 오포e-편한세상(전용면적 160.8㎡)은 47명의 응찰자가 몰리며 7억8,350만 원(낙찰가율 137%)에 낙찰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최근 급등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수요가 경매 시장에 몰린 것으로 풀이한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매매 시장의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엔 감정평가금액이 정해진 이후에도 시세가 빠르게 오르기 때문에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시세보다는 저렴할 수 있다"며 "이런 장점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경매에 쏠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주택·고가주택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매매 시장과 달리, 경매 물건은 토지거래허가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로부터 자유로운 점도 인기 요인이다. 장 팀장은 "규제의 적용을 덜 받는 수도권 경매 물건은 거래 부담이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매 물건은 기존 임차인과의 법적 갈등 부담이 있는 만큼 입찰 전 권리 분석을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경우 새 집주인이 보증금을 대신 내줘야 할 수도 있다"며 "거주 이전 문제가 원활하게 타협되지 않을 경우 명도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권리 분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찰 이후 잔금 완납까지 주어지는 기간이 통상 한 달 정도로 촉박한 점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만일 잔금 납입 기간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입찰보증금(최저 입찰가의 10%)을 그대로 날리게 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우선 낙찰을 받고 나서 이후에 자금을 마련하려다가 대출이 꼬여 보증금을 법원에 몰수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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