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처벌 논란

입력
2021.05.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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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붉은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퍼져나가는 욱일(旭日) 문양의 깃발은 1870년 5월 창설된 일본 육군의 공식 군기가 된다. 일본 왕실의 상징인 국화 꽃잎 숫자(16개)와 동일한 햇살 무늬는 천황을 정점으로 결속된 군대를 상징한다.

□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지만 전쟁 전의 상징을 대하는 태도는 전혀 달랐다. 독일은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십자가)의 사용ㆍ반포를 금지했지만 일본은 1954년 육상자위대를 만들면서 햇살 숫자만 8개로 줄인 욱일기를 자위대기로, 해상자위대는 태양의 위치만 깃대쪽으로 조금 옮긴 구 일본제국 해군기를 군함기로 그대로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근대 이후 일본이 벌인 각종 전쟁에 군기로 사용했던 욱일기가 주변국 국민에게 준 역사적 트라우마는 아랑곳 않는 태도다.

□ 공교롭게도 욱일기와 유사한 선버스트(sunburst) 문양은 서양에서도 흔한 디자인이다. 고의건 아니건 이런 디자인의 의상, 액세서리를 착용한 연예인들이나 이와 흡사한 로고 등은 여러 차례 입길에 올랐다. 2016년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티파니는 일본 공연 후 욱일기 문양의 액세서리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출연 중인 TV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반환받은 미군기지를 활용해 2014년 개장한 부산시민공원 역사관의 경우 개장 전 천장의 스트라이프 무늬가 욱일기를 닮았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으로 결국 천장에 차양막을 친 채 개관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문양은 미8군을 상징하는 무늬였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최근 일본제국주의를 찬양ㆍ고무ㆍ선전할 목적으로 욱일기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 ‘역사왜곡방지 법안’을 발의했다. 위반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유사한 법안이 19대 때도 발의됐다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폐기된 바 있다. 욱일기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아무리 거세다 해도 국가보안법에 반대해 온 여당에서 찬양ㆍ고무조항이 포함된 규제법안을 내자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다. 야당일 때는 비판하다가 집권하자 역사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려 한다는 질문에는 어떤 대답을 할지도 궁금하다.

이왕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