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된 'K배터리'에 힘을 싣는다.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예정된 미국 방문길에 현지 생산 시설을 직접 찾아가면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22일 조지아주로 이동해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동행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현재 2개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에 대한 투자비만 26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한다. 연산 9.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1공장 완공 시점은 내년이다. 이곳에선 폭스바겐 전기차 'ID.4' 배터리 공급을 맡는다. 2023년 완공 예정인 2공장의 경우엔 연산 11.7GWh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배터리를 공급한다. 두 공장에서만 연간 약 43만 대의 전기차 배터리가 생산되고, 2,600여 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SK이노베이션 공장 방문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미국 정·재계 의 높은 관심과 무관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분야를 '그린뉴딜' 핵심사업으로 지정하고, 전기차 생태계 구축을 위해 1,740억 달러(약 112조5,000억 원) 상당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를 반도체칩, 희토류, 의약품과 함께 산업보호 검토 대상 '4대 품목'으로 지목, 미국 내 산업 육성을 계획하고 있다. 배터리가 미국 내에서도 전략적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K배터리' 위상 강화 또한 문 대통령이 현지 생산시설 방문에 나선 주된 이유로 보인다. 최근 2년 동안 SK와 LG에서 벌인 '배터리 전쟁'으로 K배터리에 대한 신뢰도가 적지 않게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양사가 막판에 가까스로 타협에 나서면서 봉합은 됐지만 SK 측에선 LG와의 분쟁에서 패할 경우, 미국 사업 철수까지 검토했을 만큼 분위기는 험악했다. 그 결과, 돌아온 피해도 상당했다. 장기화된 양사의 분쟁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세는 커졌고,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 기업을 대신할 안정적인 배터리 대체 공급선 찾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도 힘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집안싸움'으로 다소 침체됐던 K배터리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