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이에 따른 피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가상화폐 문제를 다룰 주무부처가 어디냐는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사견임을 전제로 "주무부처는 금융위원회에 가깝다"는 의견을 냈지만,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정부 내 입장은 명확히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 주요 부처가 가상화폐 말만 나오면 몸을 사리는 등 주무부처를 맡기 꺼리기 때문입니다. 정부 일각에서는 아예 "가상화폐 주무부처가 필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공무원 말을 들어보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습니다. 어느 한 부처가 가상화폐 문제를 전담하기에는 관련된 이슈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가상화폐 이슈 중 블록체인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금 세탁 관련은 금융위원회, 과세·해외송금은 기획재정부 등이 나눠 맡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 부처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개운하진 않습니다. 청년, 주부, 직장인, 은퇴족 등 수백만 명이 수십조 원을 쏟아부은 가상화폐 시장이 유명인의 말 한마디에 휘청이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데도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공직사회가 논란이 될 정책은 아예 손을 대지 않는 '복지부동'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사실 관가에 퍼져 있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이 주무부처 지정 논란을 매듭짓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정부는 현행대로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에 가상화폐 이슈를 맡겨두는 타협책을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사태가 처음 터진 2018년 국조실이 컨트롤타워를 맡은 이후 3년 동안 별다른 대책을 만들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게 과연 최선'인지 여전한 의문이 듭니다.
사실 국민 입장에선 가상화폐 주무부처가 어디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형식적으로라도 가상화폐 주무부처를 결정하는 게 나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부처 합동'이라는 포장 아래 정부의 무관심한 행태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