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연일 비난 중인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함께 추락하고 있다.
테슬라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2.19% 하락한 576.83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날 장중 561.20달러까지 떨어지며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에 낙폭을 줄여 570선을 일단 지켰다. 전반적으로 하향세다. 1월 4일 올해 첫 거래일과 비교해 20.9% 빠졌고, 52주 최고가(900.40달러) 대비 35.9% 추락했다.
테슬라의 이날 주가 하락은 일차적으로 인플레이션(가격 상승) 우려에 따른 기술주 약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지만, ‘머스크 리스크’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머스크는 요즘 한창 비트코인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비트코인 지지자를 자처했던 머스크는 12일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돌연 선언한 뒤 비트코인을 계속 흔드는 중이다. 16일에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처분을 전망하는 누리꾼 게시글에 댓글 “인디드(Indeedㆍ정말이다)”를 달았고, 이게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아 치울 거라는 식으로 해석되며 가상화폐 시장이 초토화됐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는 10시간 뒤 해명으로 다소 반등하기는 했지만 트윗 직후 특히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8% 넘게 급락하며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인 4만5,000달러 아래로 미끄러졌다. 공격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미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붕괴시키는 1인 임무를 띤 것 같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이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경제전문매체 배런은 비트코인이 테슬라 주가의 ‘새 이슈’라며 “투자자들이 혼란에 지겨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2008년 미 주택 시장 붕괴를 정확히 맞혔던 월가의 유명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6,000억 원대 풋옵션(주가 하락을 예상할 때 투자하는 파생 상품)으로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머스크의 돌발 트윗은 자신에게도 자충수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테슬라 주가 하락 탓에 세계 2위 부자 자리를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1,640억 달러ㆍ186조6,000억 원)에게 내주고 3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고 전했다. 머스크 재산은 1월 최고치보다 24% 감소한 1,606억 달러(182조7,600억 원)로 평가됐다. 블룸버그는 “머스크 트윗이 비트코인 가격을 계속 하락시키며 머스크 재산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