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된 가구가 있는 엔터테인먼트 룸…“코로나 신혼집은 달라요”

입력
2021.05.19 04:30
14면

편집자주

코로나19로 집 안에 콕 갇혔나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단조롭고 답답한 집콕생활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격주 수요일 ‘코로나 블루’를 떨칠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소개합니다.

2년 전 결혼한 김무현ㆍ김현진 부부의 집에는 60년 된 가구가 있다. 1960년대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제작된 찬장과 나비장이다. 오래된 가구를 좋아하는 부부가 결혼 전 서로에게 사줬다. 따로 떨어져 있던 두 가구는 부부의 신혼집에 함께 들어왔다. “신혼집은 우리를 잘 표현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을 꾸미면서 완전히 새로운 것들로 채우기보다 저희가 각자 살아온 흔적과 추억이 있는 물건들이 조화를 이루는 집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신혼집이 달라졌다. 대개 신혼집은 새하얀 도화지처럼 순백의 공간에 최신의 가구와 가전으로 채워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요즘 신혼집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이 재구성되고, 둘만의 취향과 추억이 담긴 가구와 소품들로 가득하다. 집의 기능을 대폭 확대시킨 코로나 여파이기도 하다. 인테리어업체 ‘아파트멘터리’의 윤소연 대표는 “정해진 아파트 구조를 그대로 쓰기보다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공간을 바꾸는 신혼부부가 많다”며 “코로나 영향으로 신혼집의 기능도 보다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최신의 가구보다 취향 담긴 가구

지난달 결혼한 지현아(30)씨는 할머니의 유품을 신혼집에 가져왔다. 50년 가까이 된 유리잔과 물병, 작은 소품들을 신혼가구 곳곳에 올려뒀다. 지씨는 “25년간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나중에 결혼하면 다 줄게'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하셨다”며 “사용할 때마다 할머니와의 추억이 생각나서 좋고,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디자인이어서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수납장 위에 정답게 놓여 있던 강아지와 고양이 장식품도 신혼집 수납장 위로 올라왔다. 그는 그 수납장을 신혼집에서 가장 아끼는 가구로 꼽았다. 소품 하나 허투루 두지 않은 그는 “신혼집을 공들여 꾸미는 일은 저와 신랑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과도 같았다”고 했다.

지난해 말 결혼한 디자이너 홍정수(32)씨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수납장과 의자로 신혼집을 꾸몄다. 핑크빛 수납장과 버섯을 닮은 등받이 없는 의자만으로 특별한 공간이 됐다. 그는 “부모님 댁에 살 때는 둘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신혼집을 꾸미면서 어울리는 공간을 찾았다”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저희만의 취향이 담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거실과 주방보다 부부 맞춤형 공간

홍씨 부부의 신혼집에는 거실이 없다. 대신 부부의 업무공간이 있다. 홍씨는 “거실에 TV를 두면 둘만의 대화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피하고 싶기도 했고, 코로나에 집에서 업무를 봐야 하는 일도 늘어나면서 거실 대신 커다란 테이블을 두고 작업실로 꾸몄다”며 “같은 공간에서 일도 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 등 각자의 활동을 하면서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부부가 요가와 명상을 할 수 있는 ‘요가방’도 따로 있다. 남편이 수집하는 피규어 장식장 외에 가구를 두지 않고 요가 매트와 빈백 의자만 뒀다. 홍씨는 “이 방에 들어오면 집안일에서 벗어나 요가도 하고, 명상도 하고, 조용히 누워서 쉴 수 있다”며 “침실과 달리 집 안에서 힐링할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김현진씨 부부도 코로나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거실을 작업공간으로 바꿨다. 거실 중앙에 테이블을 두고 ‘공적 공간’으로 사용한다. 기존에 서재로 사용하던 방은 ‘엔터테인먼트 룸’으로 탈바꿈했다. TV와 소파가 들어가고, 1인용 안락의자를 둬 둘만의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으로 활용한다. 김씨는 “대충 널브러져 있고 싶은 방으로 쓰고 있다”며 “둘이 살지만 거실이 보다 공적이라면, 방은 좀 더 사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부부의 집에는 ‘베이킹 스테이션’도 있다. 빵을 직접 구워 먹는 걸 좋아하는 부부는 주방 한 벽면에 대형 오븐과 베이킹 도구를 보관할 수 있는 수납장을 직접 짜 넣고, 반죽을 치댈 수 있게 넉넉한 상판을 마련했다.


7월 결혼을 앞둔 김은교(31)씨는 신혼집 주방 옆방을 식당으로 꾸몄다. 방문을 떼고 아치형 틀을 만들어 6인용 테이블을 설치하자 마치 ‘원 테이블 레스토랑’ 같은 특별한 공간이 됐다. 부부는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원래부터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모여 집에서 편안하게 밥 먹고 얘기하는 걸 좋아해서 카페 같은 식사공간을 꼭 만들고 싶었다”며 “저희 부부에게 신혼집은 좋아하는 걸 함께 나누고,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