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이후 침묵하던 한국 수영에 희망이 보이고 있다.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치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무더기 한국 신기록이 쏟아졌다.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리는 황선우(18ㆍ서울체고)는 자유형 200m에서 주니어 세계신기록까지 올려 메달까지 바라보고 있다.
18일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전날 폐막한 2021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총 11개 한국신기록에, 주니어 세계신기록 1개가 나왔다. 조기교육에, 선수들 체격이 나날이 좋아지면서 매년 대회마다 신기록이 나오고 있지만, 특정 대회에서 두 자릿수 한국 기록이 쏟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첫날인 13일 한다경(21ㆍ전북체육회)이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자신이 2019년 5월 수립한 한국기록을 5초98 앞당겼고, 둘째 날에는 조성재(20ㆍ제주시청)가 남자 평영 100m에서 한국 수영 역사상 처음으로 1분 벽을 깬 59초65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이주호(26ㆍ아산시청)가 남자 배영 100m(53초68)에서 자신의 종전 한국최고기록을 1년2개월만에 다시 썼고, 중학생 이은지(15ㆍ오륜중)는 여자 배영 100m(1분00초03)에서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남자 접영 200m에서는 문승우(19ㆍ전주시청)가 약 4년7개월만에 한국신기록(1분56초25)을 만들었다.
다양한 종목에서 신기록이 수립되면서 박태환이 전성기 시절 갖고 있던 한국기록도 9종목에서 이젠 5종목(남자 자유형 200ㆍ400ㆍ800ㆍ1,500m, 개인혼영 200m)으로 줄었다. 수영연맹 측은 “수영은 몸 전체가 개입되는 운동이다 보니 기술개선으로 인한 기록 단축이 언제나 가능하다”면서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지난해 상반기 수영장이 폐쇄되면서 선수들이 회복훈련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며 몸이 좋아진데다, 진천선수촌에 들어가 집중 훈련을 받으면서 실력이 급상승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 자격 기준(A기록)에 충족하며 도쿄행을 확정한 선수는 황선우(남자 자유형 100ㆍ200m), 김서영(27ㆍ경북도청ㆍ여자 개인혼영 200m), 한다경(여자 자유형 1500m), 이은지(여자 배영 100ㆍ200m), 이주호(26ㆍ아산시청ㆍ남자 배영100,ㆍ200m), 조성재(남자 평영 100ㆍ200m), 문승우(남자 접영200m) 등 총 7명이다. 이들 중 메달권 진입을 노릴 기록을 가진 선수는 황선우, 이주호, 조성재, 김서영 등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서영은 이번이 3번째 올림픽 출전으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2분8초34)을 깨면 순위권이 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이주호 역시 지난해 11월(남자 배영 200m)에 이어, 3월(배영 100m)에도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이번에도 배영 100m에서 자신의 기록을 0.03초 단축해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
황선우는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한국 최초 세계기록 보유자로 메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 대회에 세운 자유형 200m 기록(1분44초96)은 자신이 지난해 11월 세운 세계주니어 최고 기록(1분45초92)을 또다시 단축한 것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의 시즌 세계랭킹(1위 덩컨 스콧의 1분44초 47) 기준으로 4위에 해당한다. 특히 박태환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1분44초80과 0.16초 차만 난다. 박태환조차 1분44초대를 기록한 사례는 광저우를 포함한 4차례(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4위, 2012년 런런올림픽 은메달)뿐이다. 수영연맹 관계자는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 벽은 메달 획득 기준이 되는 수준”이라며 “황선우 몸이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데다, 세계대회에선 집중력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올림픽에선 이번 기록 또한 단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