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동안 가정위탁으로 다섯 아이를 키운 권모(58)씨는 최근 첫 번째 위탁아동에 대한 입양절차를 밟고 있다. 7살 때부터 11년을 키웠고,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으로 독립시켰다. 한시름 덜었다 싶었지만 결혼이 걱정됐다. 권씨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 '넌 왜 언니들이랑 성이 다르냐'고 놀림 받았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예 입양해서 성을 바꿔주겠노라 했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제18회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온라인 기념식을 열었다. 매년 5월 22일인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열린 이번 기념식에서는 권씨를 비롯, 그간 헌신해온 위탁부모 15명과 모범적으로 생활한 위탁아동 10명 등 총 38명에게 복지부장관 표창 등을 수여했다.
2003년 도입된 가정위탁은 입양 전 위탁과 달리 만 18세 미만 아동 중 학대나 능력 부족 등으로 적절한 양육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을 친인척이나 다른 가정에 맡기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가정위탁 아동은 1만334명이지만 가정위탁 가구 수는 8,354가구에 그쳤다. 그마저도 2009년(1만2,170가구)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내용을 봐도 조부모가 돌보는 대리양육위탁이 66.4%, 8촌 이내 혈족이 맡는 친인척위탁이 24.9%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일반 가정은 8.7%에 그쳤다.
이렇게 된 데는 △불충분한 지원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 △위탁가정에 대한 편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가정위탁 가구에 주는 지원은 양육보조금이 사실상 전부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자체 예산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중앙정부 권고치인 월 30만~50만 원을 충족하는 지자체는 올해 초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 인천, 경기, 제주 4곳이다.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전북, 전남, 경북은 양육보조금이 권고치 하한인 3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2세 이하, 학대 피해, 경계성 지능 아동 등 좀 더 전문적 보호가 필요한 '전문가정위탁'의 경우는 더하다. 전문적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 월 100만 원을 더 주는데, 이 또한 지자체 예산 사정에 달려 있다 보니 실제 지급하는 곳은 7개 시·도에 불과하다.
가정위탁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춰야 한다. 지금은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교사, 의료인, 청소년 상담사 같은 전문자격증 중 1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정기준이 까다로워야 하는 건 맞지만, 그 기준을 자격증으로 하기보다는 '부모 됨'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신 사후관리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연말정산 때 인적공제 확대 등을 인센티브로 제공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금은 만 7세 이상으로 아동수당을 받지 않는 아동에 한해 1년 중 6개월 이상 위탁됐을 때에만 인적공제를 받게 하는데, 이 제한을 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