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위탁 제도를 아세요? ... "중앙정부 지원 늘리자"

입력
2021.05.18 04:30

# 16년 동안 가정위탁으로 다섯 아이를 키운 권모(58)씨는 최근 첫 번째 위탁아동에 대한 입양절차를 밟고 있다. 7살 때부터 11년을 키웠고,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으로 독립시켰다. 한시름 덜었다 싶었지만 결혼이 걱정됐다. 권씨는 "어렸을 때 친구들이 '넌 왜 언니들이랑 성이 다르냐'고 놀림 받았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아예 입양해서 성을 바꿔주겠노라 했다.


가정위탁 아동 수 대비 위탁가정 가구 수 턱없이 적어

보건복지부는 17일 '제18회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온라인 기념식을 열었다. 매년 5월 22일인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열린 이번 기념식에서는 권씨를 비롯, 그간 헌신해온 위탁부모 15명과 모범적으로 생활한 위탁아동 10명 등 총 38명에게 복지부장관 표창 등을 수여했다.

2003년 도입된 가정위탁은 입양 전 위탁과 달리 만 18세 미만 아동 중 학대나 능력 부족 등으로 적절한 양육을 받을 수 없는 이들을 친인척이나 다른 가정에 맡기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가정위탁 아동은 1만334명이지만 가정위탁 가구 수는 8,354가구에 그쳤다. 그마저도 2009년(1만2,170가구)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내용을 봐도 조부모가 돌보는 대리양육위탁이 66.4%, 8촌 이내 혈족이 맡는 친인척위탁이 24.9%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일반 가정은 8.7%에 그쳤다.

지자체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양육보조금

이렇게 된 데는 △불충분한 지원 △지나치게 높은 진입장벽 △위탁가정에 대한 편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가정위탁 가구에 주는 지원은 양육보조금이 사실상 전부다. 그런데 이마저도 지자체 예산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중앙정부 권고치인 월 30만~50만 원을 충족하는 지자체는 올해 초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 인천, 경기, 제주 4곳이다.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전북, 전남, 경북은 양육보조금이 권고치 하한인 3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2세 이하, 학대 피해, 경계성 지능 아동 등 좀 더 전문적 보호가 필요한 '전문가정위탁'의 경우는 더하다. 전문적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 월 100만 원을 더 주는데, 이 또한 지자체 예산 사정에 달려 있다 보니 실제 지급하는 곳은 7개 시·도에 불과하다.

"진입장벽 낮추고 사후관리 강화해야"

가정위탁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춰야 한다. 지금은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교사, 의료인, 청소년 상담사 같은 전문자격증 중 1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선정기준이 까다로워야 하는 건 맞지만, 그 기준을 자격증으로 하기보다는 '부모 됨'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며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신 사후관리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연말정산 때 인적공제 확대 등을 인센티브로 제공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금은 만 7세 이상으로 아동수당을 받지 않는 아동에 한해 1년 중 6개월 이상 위탁됐을 때에만 인적공제를 받게 하는데, 이 제한을 풀자는 것이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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