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5·18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 저격이었다

입력
2021.05.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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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침묵을 깨고 발신한 첫 메시지는 '5·18'이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둔 16일 "5·18은 독재에 대한 저항이자 현재도 살아있는 역사"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나 잠행해온 그가 문재인 정권을 떠받치는 진보 진영의 '뿌리'인 5·18에 맞춰 입을 연 것은 왜일까.

① 선명하게 드러낸 '반문재인 색채'

윤 전 총장은 5·18 정신을 "어떠한 형태의 독재와 전제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여기엔 문재인 정권을 향한 '가시'가 들어 있다. 5·18은 전두환 신군부 독재에 맞섰던 진보·민주세력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으나, 윤 전 총장은 여기에 보편성을 부여했다. '민주적으로 탄생한 정권도, 즉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독재적 행보를 보이면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 윤 전 총장이 행간에 담은 메시지인 셈이다. "5·18 정신을 선택적으로 써먹고 던지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윤 전 총장은 총장 퇴임사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현 정권을 헌법과 법치 파괴 세력으로 규정한 바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윤 전 총장이 이번 메시지로 5·18로 상징되는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을 독점해 온 여권을 정면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5·18 정신을 소재로 윤 총장에게 일격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발했다. "검찰주의자가 민주주의를 말한다"(정청래 의원), "5·18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김남국 의원) 등 견제가 쏟아졌다.

② 2030세대에 어필하려고?

윤 전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여전히 문재인 정권 실정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고 있다. '공정' 이슈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중시하는 2030세대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 한국갤럽의 이달 4~6일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20대에서 6%, 30대에선 10%였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대에서 18%, 30대에선 26%를 얻은 것과 확연한 격차다.

윤 전 총장의 '5·18 메시지'에는 '수구 보수' 이미지를 탈피해 중도층과 2030세대를 끌어 안으려는 시도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호남 민심만 염두에 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윤 전 총장은 올해 5·18을 전후해선 광주를 찾을 계획이 없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적절한 시점에 호남 지역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