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0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한 뒤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신규 주택 2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스스로를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행정을 원하는 사람”으로 소개한 그는 중앙정부와 정책을 공조하고, 연속성 측면에서 전임 시장의 정책을 존중하겠다고 밝히는 등 비교적 합리적이고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오 시장은 17일 서울시청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가는 소)의 마음으로 한걸음씩 나아가 다시 뛰는 서울시를 만들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후보 시절 제1공약으로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걸고, 취임 후 첫 업무보고 부서로 주택건축본부를 택했던 만큼 이날 간담회의 뜨거운 감자는 부동산이었다.
부동산 규제 완화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선거할 때 1주일 안에, 한 달 내에 어떻게 하겠다고 말한 건 의지의 표현이었고, 그 의지는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다”고 말한 오 시장은 “7~10일 안에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등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정리한 뒤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선 “현재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인 추가 규제책이 마련되는 걸 보고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간 4만8,000가구씩 2025년까지 24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신규 주택공급 확대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는 주택공급 담당조직을 주택건축본부(2‧3급)에서 주택정책실(1급)로 격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에 대해선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오 시장은 “출마 선언 때부터 행정의 연속성을 존중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며 간담회 내내 ‘행정의 연속성’이란 단어를 수차례 썼다.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I·SEOUL·U(아이서울유)’ 브랜드에 대해선 “브랜드는 계속 써야 가치가 점점 쌓인다. 후임자 입장에서 가급적 계속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도리”라고 밝혔다. 그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 유지와 유치원 무상 급식 추진도 행정의 연속성을 추구하는 제 철학에 기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시정 철학과 맞지 않는 정책에 대해선 과감히 칼을 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도시재생의 역할, 재개발‧재건축이 가지는 몫이 잘 어우러질 때 도시의 주택문제가 선순환하는데, 그간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해 주택시장 대참사가 일어났다”며 “도시재생은 순기능을 갖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임 시장 시절 급증한 시민단체 지원 예산에 대해선 “방만하게 집행되는 등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하반기부터 점검을 강화해 내년 예산 편성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의대생 실종사건으로 불거진 한강공원 금주지역 지정 문제와 관련해선 “6개월에서 1년 정도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협의해 결정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보궐임기 1년3개월이 아닌, 내년 재선 이후까지를 염두한 중장기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때부터 5년을 내다보고 서울비전 2030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며 “한 달 안에 큰 줄기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