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ed(정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매각을 시사하는 단어를 트위터에 올리자 17일 가상화폐 시가총액(시총)이 오전 중 200조 원 넘게 증발했다. 하지만 그가 오후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는 발언을 트위터에 남기자 코인 가격은 다시 급반등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명인 발언과 그에 따라 이리저리 요동치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멀미'를 호소하고 있다.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 대신 다시 '진짜 금'에 투자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7일 머스크 CEO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을 모두 팔아버렸단 사실을 알아채고 나면 자신의 뺨을 칠 것"이라는 내용의 한 트윗에 "정말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시장은 이를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처분했거나 처분할 계획'으로 받아들였다. 오전 3시 40분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개당 5,767만 원 정도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트윗 직후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해 한때 5,130만 원대까지 급전직하했다. 몇 시간 만에 10% 가까운 가격 조정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오후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수많은 해명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머스크 CEO가 11시간 만에 다시 트위터에 나타나 "추측을 확실히 해두자면,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는 글을 남긴 것이다. 이 트윗 직후 5,200만 원대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은 30분 만에 5,6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머스크 CEO의 트윗 두 개에 투자자들이 지옥과 천국을 오고간 셈이다.
머스크 CEO의 무책임한 행동이 이어지면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12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테슬라 차량 구매에 비트코인을 더는 이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직후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결제 중단 방침 직전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각한 것인지 향후 실적발표를 지켜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격이 높을 때 미리 비트코인을 팔아치운 뒤 일부러 가격을 떨어뜨렸다는, 시세 조종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머스크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도지코인'의 경우 아예 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지코인의 28%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 머스크가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도지코인 개발자 중 한 사람이 머스크에 대해 "자아도취에 빠진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체 시총이 무려 2,500조 원에 가까운 가상화폐 시장이 하루에도 수차례 한 사람의 트윗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다시 전통적인 투자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자산이 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금은 전일 대비 1.92% 오른 그램(g)당 6만7,820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올해 1월 기록했던 최고가(6만7,89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던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국면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위험을 헤지(위험 회피)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기에 보통 금은 약세를 보이기 마련인데, 실질 금리 상승 구간에서도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가상화폐를 인플레이션 헤지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인플레이션 헤지 장세 속에서는 금 가격 반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