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사려고 3년 꼬박 모은 용돈으로 달걀 기부한 초등생

입력
2021.05.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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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왜관초 3학년 육지승군
3년간 모은 50만 원으로 계란 구입해
코로나 위기 소외계층 20여 명에 전달
양계협회, 칠곡군도 나눔운동에 동참

초등생 한 명이 시작한 계란나눔이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나눔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경북 칠곡군 왜관초등학교 3학년 육지승(8)군과 대한양계협회, 칠곡군 얘기다.

육군은 최근 3년간 모은 용돈 50만 원으로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양계장에서 계란 50만 원어치를 구입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 소외계층 20여 명에게 전달했다. 영양가 높은 계란이 소외계층의 건강을 지켜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소박한 믿음에서다.

육군이 모은 50만 원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 꿈에도 그리던 게임기를 사기 위해 3년간 모은 전 재산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폐가스통으로 만든 저금통에 10원, 50원, 100원, 500원 동전과 1,000원 5,000원짜리 지폐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넣었다.

그는 이런 소중한 저금통을 과감히 깨뜨렸다. 최근 목표한 50만 원을 다 모았지만, 아버지 육정근(44)씨로부터 코로나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육씨는 왜관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활동 중이다.

육군은 평소에도 부친의 영향을 받아 홀몸 어르신 집청소 등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었다. 고민 끝에 게임기 대신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양계장을 찾아 50만 원어치의 달걀을 구매했다. 달걀은 지난 8일 왜관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소속 위원들이 준비한 생필품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 이웃 20여 명에게 전달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양계협회도 나섰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17일 칠곡군을 방문해 육군에게 표창장과 2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전달하고, 달걀 200판을 기부했다. 이 회장은 "지승군에게는 달걀이 단순한 축산물이 아닌 이웃 사랑의 매개체"라며 "전국 모든 양계인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육군은 20만 원 상당 상품권도 이웃 돕기에 쓰기로 했다.

육군의 선행을 눈여겨본 칠곡군 회계정보과 이경국(32) 주무관은 사비로 그가 원한 게임기를 구입해 선물했다. 육군은 "게임기보다 더 큰 마음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한 초등학생의 작은 나눔이 큰 감동을 주고 있다"며 "따뜻한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칠곡=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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