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는 노점에서 롤렉스를 판다고? 

입력
2021.05.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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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에 거주하면서 이곳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면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손님을 푸짐하게 대접하는 우리네 미덕으로 정성껏 상차림을 한다. 그런데 막상 방문 온 이들은 처음 대하는 음식을 낯설어하며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에 내심 섭섭하면서도, ‘과연 나 자신은 우간다 음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깨달음이 들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간다인의 주식은 녹색 바나나를 쪄서 만든 마토케(Matooke)다. 여기 음식은 색이 두드러지지 않고 맛도 순해서, 한식의 알록달록한 매운맛과 대비된다. 재미있는 것은, 길가 허름한 노점 가게에 적혀 있는 롤렉스(Rolex)다. ‘왜 저런 곳에서 명품 시계를 팔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우리로 치면 계란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차파티(Chapati, 발효시키지 않은 밀가루 반죽을 구운 것)에 계란, 토마토를 넣고 만 ‘롤 에그스(Roll eggs)’를 롤렉스라고 부르는 그들의 재치가 돋보인다.

우간다인들도 초대를 할 때 으레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공손한 것으로 여긴다. 오히려 서양인들은 초대장에 식사를 준다고 미리 명시하지 않으면 식사 시간이 되어도 음식을 주지 않지만, 우간다의 초대 문화는 한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서양인이 종종 하듯 ‘무엇을 좀 드실래요(Would you like something to eat)?’라고 묻지 않고, 바로 요리를 내온다. 그리고 한국도 그렇듯이 채식주의자들이 많지 않아서 고기 접대를 당연시하고, 건강과 종교상의 이유로 육식을 피하는 경우 외에는, 채식은 빈곤과 결부된다고 생각한다.



우간다에서 가장 저렴한 단백질원은 생선이다. 빅토리아호수에서 다른 물고기종들을 잡아먹는 천적으로 한 마리가 100㎏에 육박하는 나일 퍼치(Nile perch)는, 토막으로 팔리며 식탁에서 애용되다가 이제 더는 호수에 먹이가 없자 점점 멸종되어가고 있다. 우간다의 소고기는 남서부 지역 앙콜레(Ankole)산이 유명한데, 대체로 육질이 질긴 탓에 덩어리로 굽지 않고 잘게 썰어 국으로 해서 먹는다. 우간다의 최대 부족이며 수도 캄팔라의 남서쪽 구시가를 차지하는 부간다 왕국의 대표적 요리는, 닭고기를 바나나 잎에 싸서 찐 ‘루웜보(luwombo)’로 왕궁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하면서 유명해졌다.

우간다인의 또 다른 별미는 메뚜기이고, 연중 11~12월경의 우기가 그 시즌으로 그냥 혹은 볶아서 팔든지, 아니면 살짝 끓여서 햇볕에 말려 보관한다. 우간다인 집에 갔다가 메뚜기를 대접받으면 아주 귀한 손님이라는 뜻이라 한다. 전통적으로는, 부인들이 남편을 위해 메뚜기를 잡아주었고, 그 답례로 남편은 부인에게 옷을 사주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부인이 시부모에게 이르고 남편은 부인한테 벌금을 많이 냈다고 한다.

어느 문화권에서든 어릴 때부터 많이 먹어 온 음식이 습관으로 형성되고,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들을 이용하게 된다. 이런 만큼 나라마다 식탁 문화가 독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저기 비슷한 요리들이 존재하고 퓨전 음식도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음식 국경선이 생각만큼 그렇게 뚜렷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서로 다른 식문화를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는 호기심과 관용이 아닐까 싶다.



김윤정 ‘국경을 초월하는 수다’ 저자ㆍ독일 베를린자유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