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낸 아메리칸 투어리스트, 포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 시승기

입력
2021.05.17 15:30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 보다 큰 체격과 넉넉한 공간을 갖춘 SUV들이 속속 등장하며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느덧 4세대를 맞이한 포드의 풀사이즈 SUV, 그리고 대담한 투어리스트 ‘포드 익스페디션’이 국내 시장에 데뷔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오로지 미국 시장을 위해 개발된 거대한 SUV인 만큼 익스페디션의 데뷔에는 많은 기대와 우려 등을 품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포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은 어떤 매력과 가치를 선사할까?

어느덧 4세대를 맞이한 익스페디션은 말 그대로 거대한 이동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출시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은 5,335mm에 이르는 긴 전장으로 도로 위에서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2,075mm의 전폭은 물론 성인 남성의 키보다 한참 더 큰 1,945mm의 전고는 지금껏 볼 수 없던 ‘아메리칸 슈퍼-사이즈’의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낸다. 참고로 휠베이스 역시 3,110mm에 이르며 3열 SUV의 공간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낼 뿐 아니라 공차중량 역시 2,675kg으로 ‘체급’을 확실히 드러낸다.

대담하게 그려진 익스페디션 플래티넘

포드의 차량 개발에 있어 익스페디션은 그 기반을 일반적 승용 차량에 두지 않고 F-150 등과 같은 ‘픽업 트럭’에 두고 있다. 참고로 4세대 익스페디션은 T3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링컨 내비게이터 및 포드 F-150 등과 동일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바디 온 프레임’의 기술적 특성 외에도 디자인에서도 픽업 트럭의 감성을 느끼게 된다. 실제 시승을 위해 마주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의 디자인은 SUV 고유의 이미지를 드러내면서도 일부 부분에서는 픽업 트럭의 디자인이라 해도 무방한 스타일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전면 디자인은 거대한 프론트 그릴과 프론트 그릴의 두께를 그대로 이어 받은 거대한 헤드라이트가 적용되어 대담하면서도 명확한 ‘얼굴’을 만든다. 여기에 양 헤드라이트를 통과하는 큼직한 크롬 가니시가 더해져 더욱 독특한 이미지, 그리고 안정적인 균형감을 자아낸다.

바디킷은 기본적으로 SUV의 특성을 살려 두터운 구성을 갖췄고, 직선적인 스타일을 제시하지만 클래딩 가드를 두르지 않고 차체와 동일한 ‘원-톤’ 구성을 제시해 깔끔함을 더했다. 대신 차체 하부에는 에어댐을 더해 하부 손상 및 공기 흐름을 다듬었다.

측면에서는 긴 전장과 높은 전고를 느끼게 한다. 물론 비슷한 레이아웃, 구성을 갖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이 국내 시장에 출시되었던 만큼 낯선 모습은 아니지만 더욱 투박하고 직선적인 모습이 ‘아메리칸 투어리스트’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후면 디자인은 굉장히 투박한 모습이다. 수직형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와 굵은 크롬 가니시, 그리고 익스페디션 레터링을 음각으로 새긴 부분은 말 그대로 ‘미국적인 표현’이라 생각되었다. 참고로 네 바퀴에는 21인치 휠, 타이어가 장착되었고 전동 방식의 사이드 스텝이 더해져 시각적인 매력, 기능적인 가치를 모두 높이는 모습이다.

넉넉한 공간을 보다 직접적으로 그리다

앞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의 구조적 특성을 설명한 것처럼 실내 공간에서도 ‘픽업 트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의 실내 공간에 마련된 전체적인 구성이나 그 표현은 F-150 및 여타 픽업트럭 등에 더해진 것과 무척이나 유사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직선적인 대시보드와 직선과 각으로 다듬어진 센터페시아, 그리고 큼직한 버튼과 다이얼 등은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미국식 정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재는 그리 고급스러운 편은 아니지만 스티치, 우드패널, 그리고 색의 대비 등은 전체적으로 만족감을 높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패널은 그 크기 및 디스플레이 품질 등에서는 다소 평이한 모습이지만 깔끔하고 직관적인 구성으로 다양한 기능, 차량 설정 및 조작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다. 여기에 물리적인 버튼 역시 직관적인 구성이라 차량이 가진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실내 공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사운드 시스템은 뱅 앤 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으로 다채로운 스피커 및 풍부한 볼륨을 제시한다. 다만 차량의 성격, 스타일에 비해 조금 어색한 매치업이라 생각되었다.

비록 체급 대비 공간 확보가 어려운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이라 하더라도 차량의 체격이 워낙 큰 만큼 실내 공간의 여유는 충분하다.

실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의 1열 공간은 체형을 가리지 않고 넉넉한 착좌감을 제시하는 거대한 시트가 마련되어 있어 높은 만족감을 제시한다. 여기에 시트 조절이 편하고, 도어 패널에 자리한 다양한 수납 공간 등이 ‘기능의 가치’ 역시 높이는 모습이다.

이어지는 2열 공간과 3열 공간 역시 충분한 여유를 선사한다. 캐빈 플로어의 높이가 높아 착좌 시 무릎이 다소 높아지는 구성이지만 2열에 마련된 두 개의 독립형 시트는 여유를 전하며, 높은 개방감과 여유 공간을 통해 쾌적한 거주성을 누릴 수 있다.

3열 시트는 그 형태는 단순하지만 체격을 바탕으로 넉넉한 크기로 여유를 제시하며 레그룸이나 헤드룸도 준수한 모습이다. 게다가 3열 탑승자를 위한 별도의 에어 밴트, 그리고 컵홀더 및 충전 포트 등이 마련되어 ‘공간 만족감’을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적재 공간에서도 체격의 이점은 그대로 이어진다. 실제 3열 시트를 모두 사용하더라도 제법 넉넉한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버튼으로 쉽게 폴딩이 가능한 3열 시트, 그리고 2열 시트를 접을 때에는 더욱 넉넉하고 깔끔하게 마련된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덕분에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은 다양한 짐을 옮기는 건 물론 아웃도어 활동에서의 ‘모터 홈’으로 손색이 없었다.

강력한 심장이 이끄는 익스페디션 플래티넘

GM 브랜드의 경우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함께 주요 라인업에 여전히 V8 엔진을 배치하는 것에 비해 포드는 어느새 대부분의 엔진 라인업을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으로 채우고 있으며 익스페디션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405마력과 66.0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V6 3.5L 에코부스트 엔진이 탑재되어 있으며 10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4WD 시스템들 더해 견실하고 견고한 주행 성능을 예고한다.

다만 워낙 거대한 체격, 그리고 2,675kg의 공차 중량으로 인해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7.4km/L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 또한 각각 6.6.km/L와 8.8km/L에 그친다.

선 굵게 달리는 아메리칸 투어리스트

포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과의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체격이 큰 입장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시트에 앉을 수 있었으나 평균적 체형을 가진 대다수의 이들을 위해 마련된 사이드 스텝, 그리고 손잡이가 무척 알맞고,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최신의 여러 경쟁 모델에 비한다면 조금은 투박하고 건조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지만 특유의 시원시원하고 직관적인 구성 덕분에 ‘만족감’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에 시동과 함께 터져 나오는 묵직한 사운드 역시 만족감을 높인다.

도로 위에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V6 에코부스트 엔진이 제시하는 성능의 매력을 느낀다. 워낙 거대한 체격, 무거운 무게를 갖고 있는 만큼 시원시원하고 날카로운 가속 성능이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부족함 없는 힘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발진 가속 성능 및 추월 가속 등 다양한 상황에서도 충분한 힘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터보 엔진의 특성 상 토크가 두툼하게 전개되는 만큼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 또 많은 짐을 적재하고 달릴 때에도 ‘빈약함’은 결코 느낄 수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다만 사용할 수 있는 RPM이 다소 한정적이고 체격, 디자인 그리고 공차중량의 제한이 있는 만큼 고속 주행, 고 회전에서 상대적으로 엔진의 힘이 시원스레 전개되지 못하는 것 같아 V8 엔진의 그리움이 드러났다.

10단 자동 변속기는 말 그대로 평이하고 준수하다. 다단화된 변속기의 매력을 통해 부드러운 주행을 제시할 뿐 아니라 강인한 엔진을 매끄럽게 다듬어주는 모습이다. 덕분에 주행을 하는 내내 특별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수동 변속 조작 방식이 버튼 방식이라 다소 어색한 모습이며, 수동 변속 시의 변속 반응이 아주 빠른 편은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주행’을 하기에는 다소 아쉽게 부족한 모습이다. 참고로 이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유사했다.

개인적으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의 주행이 만족스러웠던 건 ‘포드의 악습’을 상당히 끊어낸 모습이 주행 내내 느껴졌다는 것이다.

기억 속, 그러니까 과거의 포드는 엔진 자체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주행 질감이 다소 투박하고 거칠어 주행 내내 ‘건조한 질감’이 운전자에게 노골적으로 전달되는 차량이었다. 하지만 익스페디션은 ‘가장 미국적인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한층 세련되고 다루기 좋은 차량으로 발전한 것이다.

실제 체격이 워낙 큰 편임에도 불구하고 조향 시 피드백이나 조향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이 충분히 보편적이며 나아가 차량의 체격을 조금 더 작게 느끼게 할 정도로 깔끔하게 다듬어진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특유의 고속 주행 시의 안락함에서는 최고 수준의 매력을 제시한다. 큰 곡선을 그리며 너울을 치는 도로 위에서는 운전자가 노면의 상태나 질감에 방해 받지 않도록 능숙하게 다듬었다. 덕분에 ‘바디 온 프레임’의 투박함을 능숙히 지우고, 안정감이라는 강점을 한층 살리는 모습이다.

물론 완전한 존재는 아니다. 실제 자잘한 노면, 순간적인 노면 변화에는 그 진동과 충격이 프레임을 거쳐 운전자 및 탑승자에게 제법 전달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 특성’으로 이해하기 충분한 부분이다. 다만 운전자에 따라 이러한 진동이 ‘공명’으로 전해져 청각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의 매력 중 하나는 강력한 프레임 바디, 그리고 우수한 엔진을 기반으로 강력한 트레일링 성능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실제 브랜드 발표에 따르면 4.2톤을 웃도는 우수한 견인력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트레일러 및 카라반 등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차량이라 할 수 있다.

좋은점: 대담하고 선 굵은 존재감, 넉넉하고 여유로운 주행 성능

아쉬운점: 자잘한 충격에 대한 대응력, 투박하게 그려진 공간

여행의 파트너, 포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

완전하지는 않으나 분명 큰 강점,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 익스페디션 플래티넘의 또 다른 무기 중 하나는 바로 8,240만원의 합리적이고, 또 공격적인 가격에 있다. 영혼의 라이벌 쉐보레 타호 및 서버밴이 국내에 공식 출시되지 않은 점 역시 익스페디션에게는 분명 큰 기회라 할 수 있다.

강인하고 넉넉한, 그리고 신뢰도 높은 여행의 파트너를 찾는다면 포드 익스페디션은 분명 좋은 답을 들려줄 것이다.

촬영협조: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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