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평일 오전 6시 무렵 서울 강남구의 왕복 2차선 도로. 운전자 A씨는 앞선 택시가 손님을 태우려 서행하는 데 불만을 품었다. 여러 차례 경적을 울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화를 못 이긴 A씨는 중앙선을 넘어 택시를 추월했다. 이후 택시 바로 앞에서 급제동하는가 하면,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던 중 급정차하기도 했다. 결국 뒤따라오던 택시는 A씨 차량과 추돌하고 말았다.
검찰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A씨의 의도적인 ‘보복·위협 운전’이었다고 보고 그를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형법상 특수폭행죄는 △단체로 폭행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폭행했을 때 가중처벌하는 조항으로, 판례상 ‘자동차’도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 A씨는 “과속방지턱이 있어 잠시 속도를 줄이거나 멈췄을 뿐, 사고를 유발하려고 고의로 정지한 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해명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급제동한 게 적절한 운전 방법이라고 할 순 없다”면서도 “두 차량이 제한속도 구간의 과속방지턱을 지나는 중이라 감속이 충분히 예상됐고, (A씨 차량이) 바로 직전에 정지한 바도 있어 택시 기사가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 이관형)는 ‘과속방지턱에 올라선 뒤 느닷없이 급정거를 한 건 폭행의 고의’라는 검찰 주장을 인정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 차량은 1차 정차 후 6~7초가 지난 뒤, 과속방지턱에 올라서서 2차로 정차했는데, 그 이전에 차량 속도가 시속 30㎞ 이하였을 것으로 보여 더 이상 감속할 이유가 없었다”고 ‘특수폭행 유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감속을 하더라도 과속방지턱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일단 올라서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게 일반적 운전법”이라며 “그러나 A씨는 전방에 교통 방해 요인이 없는데도, 방지턱 위에서 완전 정차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