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국내 위탁생산(CMO)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하반기 백신 물량 확보와 함께 집단면역이 가능해질 것이란 희망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국내 병입 생산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는 데다 계약조건에 국내 공급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게 될 경우 국내에선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AZ)와 항원항체 방식 노바백스, mRNA 방식 모더나까지 모든 방식의 백신 생산이 가능해진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안동공장에서 AZ 백신을 생산 중이고, 최근 노바백스와 세부사항을 확정한 계약 내용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종료를 선언하는 시점까지 노바백스 백신을 위탁생산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에 대해 “추후 확인이 가능한 시점에 재공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앞서 정부가 밝힌 8월부터 위탁생산에 거의 다가선 것으로 본다. 통상 계약서에 서명을 하기 전까지 세부 내용을 비밀에 부치는 관행과 투자자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발표를 유보 중이라는 해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원료 생산(DS) 공정이 아닌 모더나의 원료를 받아 충전·포장하는 완제 생산(DP) 공정만 담당할 경우 필요한 설비는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다. 높은 수준의 기술 이전은 아니어도 계약조건에 국내 유통 물량만 포함된다면 위탁생산 시점부터 mRNA 백신 확보는 시간 문제가 된다. 국내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병입에도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돼 그걸 해낼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러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백신 확보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어떤 변수를 넣더라도 하반기에는 확보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이 대폭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일단 SK바이오사이언스가 노바백스와 맺은 백신 구매 계약 물량은 4,000만 회분이지만 계약상 여러 조건에 따라 백신 원액과 완제품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다.
앞서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7일 방한 중인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백신 생산과 활용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초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는 백신 원액 생산을 올해 말까지, 완제 충전은 내년까지 하는 것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부가 나서 백신 공급이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원액 생산에 대한 계약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더나 백신 국내 위탁생산 계약까지 체결되면 하반기에는 백신 공급에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