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SNS 알람에 불면증까지", 홍석천이 괴로운 이들을 위로하는 방법

입력
2021.05.16 10:01

인생의 괴로움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삶의 끝자락에 선 사람들을 아무도 모르게 구조하고 있던 배우 홍석천이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홍석천은 과거 MBC '남자 셋 여자 셋' 등의 작품을 통해 전성기를 보내던 중 커밍아웃을 했다. 그저 솔직했을 뿐인데,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고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다. 수년간 방송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그에겐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쉬는 기간 동안 수입이 끊겨 식당을 차렸다. 간판에 자신의 이름을 넣고 싶었지만 주위 시선이 두려웠고, 고민 끝에 모든 가게의 상호 앞에 'my'를 붙였다. 홍석천은 당시를 회상하며 "가게 오픈했을 때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내 가게에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게이가 하는 가게다'하고 나가더라. 그런 것들이 너무 상처가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삶, 막막한 생계, 따가운 주위의 시선... 그 모든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 홍석천만이 간직한 아픔이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그는 조금 특별한 일상을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매니저와 이동 중에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던 홍석천은 진심을 다해 상대를 설득했고, 스스로도 '힘들어서 죽으려고 했던 때'가 있음을 털어놨다.

통화 상대는 얼굴도 모르는 젊은이였다. 홍석천에게 SNS를 통해 연락한 이 청년은 빛에 시달리며 죽음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이 죽는 줄 알았다. 잘 버텼는데 왜 죽겠다는 말을 하느냐"며 따뜻하고 따끔하게 현실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홍석천으로 인해 청년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홍석천의 표정도 한결 편안해졌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홍석천은 SNS 알람을 끄지 않는다. 불면증까지 생길 정도다. 그는 "한 동생은 중학생인데 옥상에서 떨어지기 전에 나에게 전화했다. 10분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내가 7분째에 전화한 것"이라며 "힘들고 그만두고 싶은데 어린 학생들이 제 한 마디로 다시 살 수 있는 희망을 얻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말을 듣지 않고 엇나가는 학생이 있더라도 홍석천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부모님을 뵙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홍석천에게 연락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지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중에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그는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이들을 대한다.

카메라의 뒤에서 '긍정의 힘'을 전파하고 있는 홍석천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보여주기식 행동에 급급한 유명인들의 모습이 씁쓸함을 안기는 가운데, 홀로 고군분투하는 홍석천의 '묵직한 진심'이 더욱 빛나 보이는 건 말해 무엇하랴.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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