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중심으로"...문 대통령·송영길, 웃으며 만났지만 '미묘한' 온도차

입력
2021.05.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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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는 모든 정부 정책에 여당 의견이 많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송영길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14일 청와대에서 상견례 격의 간담회를 가졌다. 당청은 간담회 내용을 각자 브리핑하면서 '청와대가 아니라 당이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가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선 당이 주도해 미래 비전을 제안해 달라”며 새 지도부에 힘을 싣는 모양새를 취했다.

간담회에선 보이지 않는 '가시'가 박힌 발언도 오갔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의 남은 1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당청이 원팀으로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당이 목소리를 내되, 청와대와 어긋나선 안 된다는 뼈 있는 당부였다. 송 대표는 '당의 역할'을 연신 강조했다. 모두발언에선 송 대표의 발언이 문 대통령보다 훨씬 길었다. 1시간 40분간 이어진 간담회는 대체로 화기애애했으나, 이처럼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들도 있었다.

文 “임기 말 당정 틈 벌어지지 않게... 새 역사 만들자”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유능한 당ㆍ정ㆍ청’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에 틈이 벌어지는 것이 과거 정당의 역사였다”며 “유능함은 단합된 모습에서 나온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 청와대 참모로서 극심한 당청 대립을 경험했던 만큼, 이번엔 달라야 한다는 당부로 풀이됐다.

송 대표는 “다음 대선일인 3월 9일 우리(민주당)가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우리 문 대통령님이 성공적 대통령으로 이어진다”고 화답했다. 민주당의 성공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순리라는 뜻으로 읽혔다.

송영길 “재정당국의 협조, 더 많은 소통” 건의

송 대표는 당청 관계를 당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부동산 세제 완화 등 청와대 정책 기조와의 차별화도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 중심 정책'을 위한 청와대의 협조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 완화 이후) 내년에 재정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정 당국에 각별히 지시해 달라 건의했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재난지원금 편성 등의 과정에서 여당과 기획재정부가 마찰을 빚은 전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문 대통령이 나서 달라는 뜻이었다.

송 대표는 정부 탈원전 기조와 어긋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연구 필요성도 언급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소통 강화도 건의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처럼 남은 1년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소통의 기회를 늘려주시면 좋겠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소통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인식인 셈이다.

민주당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노쇼’ 예방 방안 마련 △코로나19 토종 백신 개발 지원 △청년세대 대상 주택정책 강화 등도 제안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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