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업황이 어려워진 보험업계가 보험 상품뿐 아니라 생수, 라면 같은 생필품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소비자, 특히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물품을 파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29일부터 '삼성생명수'를 출시하고 전국 141개 이마트와 온라인 이마트몰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삼성생명은 회사 명칭인 삼성생명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이란 의미의 생명수를 더해 제품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수 가격은 2ℓ짜리 6개 묶음이 2,000원으로 생수 업계 최저가 수준이다.
보험회사가 회사 이름을 내걸고 다른 상품을 파는 사례는 또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2월 편의점 CU와 우동인 '신한생면'을 공동 출시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CU, 네이버파이낸셜과 함께 컵라면과 자동차보험을 결합한 '내차보험 만기라면'을 판매했다.
보험업계가 이런 마케팅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MZ세대 확보다. 보험업은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 중 하나다. 보험료를 낼 20~50대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보험금을 탈 고령 인구는 늘어 갈수록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MZ세대로부터 활로를 찾으려고 한다. 보험회사의 식품, 음료 상품 출시는 MZ세대 소비 경향인 '펀슈머'(물건 구매 시 상품에 대한 재미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를 통해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MZ세대에 딱딱하고 무거운 보험회사 이미지를 벗고 친근하게 접근하려는 전략은 생명보험업계가 손해보험 쪽보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자동차보험 등으로 젊은 고객을 보유한 손해보험업계와 달리 생명보험은 주 고객층이 40~50대라 MZ세대를 잡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만 보면 지난달 기준 전체 계약자 중 30대 이하는 20%를 밑돌고 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40~50대 중심인 생명보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서 젊은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MZ세대를 당장 생명보험 상품 가입자로 유치하진 못하더라도 잠재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해 여러 마케팅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