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 세종 글벗중 2학년 오윤송 양은 인근의 다른 학교(보람중)로 등교한다. '나다움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일환으로 열리는 ‘수학 교육과 관련된 수학사 연구하기’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평소 수학에 관심 많은 오 양은 '주말에도 수학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이끌려 듣게 됐다. 음수와 허수가 발견된 역사 등 정규 수업에선 듣기 힘든 수학 관련 다양한 지식들을 접할 수 있다. 오 양은 “배우면 배울수록 수학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며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네스코에서 난민 교육이나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꿈인 아름중 3학년 윤예원 양도 나다움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의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기’ 수업을 듣고 있다. 이 강좌는 한류 문화가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면 좋을지 배울 수 있는 시간. 윤 양은 “우리는 쉽게 발음하는 단어들을 외국인이 왜 제대로 발음 못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은 흥미로웠다”며 "장차 민간대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나다움성장교육과정은 세종시교육청이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두고 중학교부터 학습과 진로의 자기 주도성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중학생들이 ‘나’에 대해 알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진로를 탐색·설계하며, 진로와 교과에 대한 흥미를 고등학교까지 심화.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학교는 중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위해 교과 연계 탐구 학습, 진로 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년별로 몰입·심화 기회를 제공, 학습의 장을 넓히고 진로 희망별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전국 최초 중학교 공동교육과정인 ‘나다움캠퍼스형공동교육과정’은 학교 간 해당 교육과정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학기로 시작된 진로탐색과 자기주도적 배움 기회를 학교가 연합한 공동 학습터로 확장한 것이다. 교육과정은 독서토론, 실험으로 키우는 과학자의 꿈, 역사 속 수학의 발자취, 사회문제 바로 보기, 성우 더빙과 영상제작, 컴퓨터 과학, 패션일러스트레이터, 3D 프린팅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메이커 등 79개 강좌에 1,203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매 강좌는 90% 이상의 출석률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 가지 렌즈로 사회문제 바라보기’ 강좌를 맡고 있는 다정중 정기범 교사는 매 수업마다 주제에 대한 과제를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피드백한다. 미래 시민으로서 학생들이 마주할 사회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프로젝트형 수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정 교사는 “사회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아이들이 사회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몰입의 즐거움을 느껴 인문학 관련 교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다움 성장교육과정은 교과를 확장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관련 교과에 대한 흥미, 진로 설계로 이어질 수 있어 학생 진로 교육으로써 의미 있는 교육 활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시교육청은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을 위해 기존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 운영 체제를 학교 희망에 따라 올해부터 1학년 중 한 학기는 자유학기로, 3학년 2학기는 진로집중학기로 운영하는 안을 추가 마련했다. 이는 자유학기제의 학년연계성을 강화하고, 3학년 2학기를 기반으로 중·고 연계까지 도모하는 구체적 실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학교에 선택권을 부여했지만, 26개 모든 중학교가 자유학기와 진로 집중학기 운영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진로집중학기의 경우 교과학습과 평가방식은 일반학기와 동일하게 운영하되, 학기 교과운영을 △진로독서 △학습설계 등의 교과 연계 진로진학 교육이 가능하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도 총 시수의 40% 이상 시간을 확보해 △고교선택 △진로동아리 △진로체험 △진로특강 등 진로, 진학과 관련한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세종교육청은 이를 위해 현장 교사, 전문가와 함께 진로집중학기 운영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개발, 보급할 예정이다.
세종교육청은 나다움성장교육과정이 공통목표와 원리를 갖고 있는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를 이어주는 가교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세종교육청 김영주 장학사는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는 미래사회 핵심역량 신장이라는 공통 목표와 학생 중심 교육과정, 맞춤형 진로 교육의 공통 원리를 가지고 있어 도입 시기는 다르지만 필연적으로 상생, 협력의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3년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6년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는 학생 참여형 수업, 과정 중심 평가를 기반으로 교실 수업의 변화를 가져왔다. 학생들에겐 관심 분야와 희망에 따른 자유학기 활동으로 자기주도성을 부여했다. 201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또한 교과 선택권 부여, 자기 주도적 학업 및 진로 설계를 통해 모든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포용적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백윤희 장학관은 “자유학기제가 고교학점제를 이끌었고, 이젠 고교학점제가 자유학기를 포함한 중학교 교육과정의 견인차가 돼 새로운 중학교 교육과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중학교 나다움성장교육과정’으로 고교학점제가 이끌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